수산양식의 메카 꿈꾸는 양만수협 김재형 조합장

"앉았다 일어난 자리가 향기나면 된다." 삶의 의미를 한마디로 정리하는 김재형(54) 양만수산업협동조합장, 큰 키에 날센 체격이어서 였을까 처음엔 조금 날카롭다는 인상이다. 하지만 헤어진 후 남겨진 여운은 갈수록 진해진다. 법성에서 태어나 영광을 발판삼아 전국과 세계시장을 무대로 땀 흘리는 그, 향기나는 사람이다.
뱀장어 3,000km 이동하며 먹지 않아
'우럭'산업, '광어'산업이란 표현은 들어 본적이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 수산물중에 유일하게 뱀장어(민물장어)만 '양만산업'이란 표현을 쓴다.
그것도 무차별적 수입개방에 노출돼 있는 수산분야에서 말이다. 현재 뱀장어는 연간 2,50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며 유통, 식당 등 그 분야를 확대하면 엄청난 시장을 가진 독자적인 산업영역이다.
"정말 어려웠지만 양만업을 이 자리까지 키워 온 것은 양만인들의 각고의 노력과 포기하지 않는 은근과 끈기가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라는 김 조합장은 "한번 세운 목표는 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끝까지 해내야 한다"고 밝힌다.
뱀장어는 한반도 강에서 무려 3,000km나 떨어진 태평양 한가운데 산란장까지 헤엄쳐 가면서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 긴 여행을 한 뒤 산란후 장엄한 최후를 맞는다.
그 어떤 신비한 힘들이 이들을 이끄는 것이다. 그 힘이 목표의식, 은근, 끈기라면 바로 김 조합장과 닮은 듯하다.
뱀장어는 그믐날밤 사랑을 한다
뱀장어는 특이하게도 칠흑같은 그믐날 밤에 사랑의 밀어를 나눠 산란을 한다. 다른 날 산란을 한다면 뱀장어가 낳은 알들은 다른 물고기들의 좋은 잔칫상이 될 것이다. 그런 뱀장어는 지혜롭다.
"한국 양만산업을 보호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많은 연구와 함께 지혜가 필요합니다." 양만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일정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자평하는 그는 "세계화시대 전량 막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국내 양만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량을 적절히 통제할 줄 아는 것이 조합장의 역할"이라고 강단있게 언급한다.
2005년 7월 중국산 장어에서 말라카이트그린 검출때 수입을 중단시킨 일, 법령에 대한 치밀한 해석과 적절한 활용, 국내 소비 상승시 수입량 조절, 수입업자 설득 등 그는 수많은 사례를 통해 거센 수입홍수를 작은 샛물로 만드는 '지혜'를 펼쳐왔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김 조합장은 31살에 양만업에 뛰어들었다. 32살때 영광군수협 조합장에 출마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후 39살때 평민당 도의원 공천을 받았지만 몸을 다쳐 '하늘의 뜻인가'라는 생각에 공천을 반납한 후 4년이 지난 43살때 도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그리고 지금은 양만수협을 7년째 이끌어 오고 있다.
"나로부터 시작해 주변, 사회 더 크게는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이 서면 과감히 뛰어드는 스타일이죠." 그의 삶의 여정은 굴곡이 심하다. 결정과 확신이 서면 모든 것을 내 건다.
태평양 산란장에서 갓 태어난 치어는 반년동안 바다위에 떠서 해류를 타고 동북아로 이동한다. 이때 치어는 부유생활에 맞게 납작하고 투명해 '댓닙뱀장어'라 부른다. 그러다 실뱀장어 형태로 바뀌어 성장하기 위해 봄철 강을 거슬러 올라온다.
이처럼 뱀장어는 삶의 굴곡이 심하다. 그리고 뱀장어는 민물과 바닷물 모두에서 살 수 있다. 민물에서 성장해 종족보존을 위해 태평양 한가운데 바다로 나아갈 때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영광 뱀장어 메카되길
뱀장어는 현재 양식업종중 거의 유일하게 인공 종묘생산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강으로 올라오는 실뱀장어를 체포해 육상민물양식장에서 키운다.
하지만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뱀장어산업의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 대량인공종묘 생산이 된다면 국내 양만업자간 출혈경쟁과 홍수출하 그리고 대량수입으로 양만산업의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보호막 속에 지금 영광은 뱀장어 양식 메카를 꿈꾸고 있다. "영광은 연간 생산량이 약 2천톤으로 전국대비 20~25%를 차지해 전국최고입니다. 또한 전국 300여개 양만장 중 45개로 가장 많고 최신설비인 고밀도 순환여과방식은 법성에만 5곳이 있습니다.
"처음 조합장직을 수행할 때는 타지역에 밀렸다. 영광이 양만산업의 중심부로 급부상한 배경에 그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는 "유통구조의 합리화와 지자체 차원의 홍보력 또한 높여 제2의 영광굴비가 됐으면 합니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내며 뱀장어특구에 대한 필요성도 역설한다.
대일수출로 국제경쟁력 우위 가능
뱀장어는 고단백식품으로 비타민 A와 E, DHA 등이 풍부해 고급건강식으로 인기가 높다. 특히 여름철 기력이 쇠할 때 사람들의 원기회복에 최고이다. 김 조합장은 모든 고민과 활동의 기준이 양만산업의 대외경쟁력 강화에 맞춰져 있다. "우리가 경쟁국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길은 대일수출에 달려있습니다. 이를 위해 여러 준비들을 하고 있습니다."
국제 수요공급의 틈바구니를 잘 활용하고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보다 더 고품질로 더 빨리 일본에 수출할 수 있는 여건은 향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바로 양만수협과 그를 이끌고 있는 김재형 조합장은 우리나라의 수산양식업의 원기를 회복시키는 최고의 건강식 '뱀장어'인 것이다.
김광훈 객원기자 mindlre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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