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판의 풍요로움과 해안도로의 낭만 마음속 가득 담다
가을 들판의 풍요로움과 해안도로의 낭만 마음속 가득 담다
  • 영광21
  • 승인 2006.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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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대 문학산책반 현장학습기 ②
다음은 조선대 평생교육원 문학산책반 문우들이 지난 10월 현장학습 일환으로 영광을 방문후 본사에 보내온 탐방기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영광을 방문후 느낀 외지관광객의 소감을 지난호에 이어 두 번째로 게재한다. / 편집자주

운무가 없는 쾌청한 날씨일 때는 코앞에 있는 칠산도갈매기섬을 비롯하여 위쪽에 있는 안마도, 아래쪽으로는 송이도, 어떤 때는 상낙월도까지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짭짤한 서해안 바닷물을 손에 적셔 보았다.

도로에서 바닷가에 이르는 365건강계단의 중간중간에서 문우들이 추억을 카메라에 담았다. 남녀노소 모든 문우들이 소풍나온 초등학생같은 분위기였다. 정자에 둘러앉아 술잔을 돌렸으나 술잔은 잊은 채 모두 파도소리 갈매기소리에 도취해서 낙조를 가슴속으로 담고 있는 듯 했다.

구수산을 오른쪽에 끼고 해안도로를 한참 달렸다. 갈림길에서 왼쪽 해안도로에 이르니 <정유재란 열부순절지>라는 안내판이 있었다.

바다쪽 해안 야트막한 곳에 조그마한 정려가 보였다. 선조 25년(1592년 임진년) 4월의 임진왜란에 이어서 선조 30년(1597년 정유년) 정유재란 때에 일본군의 겁탈을 피하려고 해안에서 투신한 여덟 여인들의 정절을 기리기 위한 사당이라고 했다.

아름다운 해안도로에 선조들의 가슴아린 역사가 있었다니 역사의 아이러니이다.

아름다운 해안도로와 가슴아픈 역사
장바우낚시터를 왼쪽에 두고 낙조대를 지나서 법성포구를 건너다보며 산자락길을 달렸다. 군민생활체육공원을 지나서 법성포에 이르렀다.

법성항에 많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것이나 갈매기 소리와 비릿한 냄새가 포구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했다. 포내의 모든 간판이 '굴비'와 관련이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굴비의 고장에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법성항에서 서남쪽에 반도처럼 튀어나온 곳이 있었다. 그곳은 바로 법성포 진내리에 있는 백제불교최초도래지였다. 백제 침류왕 원년(384년)에 인도승 마라난타 존자가 불교를 전파하기 위하여 최초로 도착한 곳이란다.

도래지 입구에 상징문이라는 낯설은 건축양식의 문이 있었다. 일주문 역할을 하는 간다라 양식의 건축물이다. 상징문에서 바라보니 건너편 높은 동산에 법성 느티나무군과 숲쟁이꽃동산이 있다. 그 동산 한 가운데에 사면불상이 높다랗게 자리잡고 있다.

거대한 규모의 석조구조물이었다. 사면불상의 정면에는 아미타불을 주존불로 모시고 관세음세지보살을 좌우 보처로 그리고 마라난타존자가 부처님을 받들어 모시고 있는 모습을 뒷면에 배치했다.

간다라의 낯설은 건축양식 이채
사면불상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부용류라는 거대한 누각이 있다. 참배와 서해 조망을 위한 누각이란다. 1층 석벽에는 간다라 양식의 불전도부조 조각이 23면에 걸쳐 부처님의 전생 인연담과 일대기가 생동감있게 조각되어 있다.

부용루 아래에는 만다라광장이 있다. 여기는 백제불교최초도래지의 중심광장으로 만다라 도형을 상징화하여 조성했다. 광장의 중심에는 보리수나무를 심어서 불교최초도래지의 의미에 부합토록 했고, 광장 주변에는 연지를 배치했다.

만다라광장에서 바다쪽의 갯벌위에는 널따란 목조광장을 만들어 놓았다. 만조때 바다쪽에서 바라보면 범선의 모습이라고 했다. 마라난타가 중국에서 범선을 타고 법성포구에 들어오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가을밤 파도소리와 갈매기소리가 어우러진 가운데 선상음악회라도 열렸으면 좋을 것 같았다.

습작 평설도 잊게 한 불교최초도래지
왼쪽 산비탈에는 유물전시관과 탑원이 있다. 유물전시관은 대승불교문화의 본고장인 간다라의 2C~5C경의 불전도 부조 및 불상 등 진품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간다라 불교문화예술의 특징적 요소를 직접 관람하고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며 건축양식도 간다라 건축요소를 담았다.

탑원은 간다라지역 사원 유구 가운데 가장 잘 남아있는 탁트히바히사원의 주탑원을 본떠서 조성했다. 마라난타 존자의 출신지인 간다라사원 양식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상징문 오른쪽에 바다를 배경삼아 아름다운 정자가 있다. 이름하여 존자정이다.

팔각형의 난간에 걸터앉아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예정대로라면 이 정자에서 갯내음과 파도소리 속에 문우들의 습작을 평설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유물전시관에서 안내자의 자상한 설명에 매료되어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돌아올 시간이 촉박해서 평설은 생략하기로 했다. 대신에 가을들판의 풍요로움과 해안도로의 낭만을 마음속에 가득담아 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백수해안도로 백양해안전망대 백제불교최초도래지만을 둘러보았다. 주요 관광지가 더 있다. 불갑저수지수변공원, 숲쟁이공원 꽃동산, 보은강 연꽃방죽, 불갑지구관광지 꽃무릇, 백수사하리 염전, 기독교인순교지, 원자력발전소 전시관, 원불교성지, 내산서원, 민속유물관 등등

하루 해가 짧기만 한 현장학습
법성포에서 영광읍으로 가는 22번국도는 4차선도로여서 싱싱 달리는 속도감은 있었으나 구경거리는 없었다. 그러나 승합차 안에서는 모든 문우들이 포복절도하며 엔돌핀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어수룩한듯 하면서도 진솔한 시골 아낙네 냄새가 물씬한 신순복 문우의 감칠맛있는 말솜씨, 입담좋고 재치있는 안종팔 문우의 익살스러움 때문이었다. 나이라는 수치에 구애받지 않고 문학이라는 환각제를 복용한 사람들은 언제나 행복하다.

집결지 광주역 광장에서 약속된 10시가 넘도록 기다리면서도 아무런 불평이 없는 넉넉한 마음. 늦게 도착한 문우를 박수로 환영하는 따뜻한 마음. 40대에서 70대까지의 남녀 문우들의 표정이 정말로 밝았다.

오늘의 현장학습을 재미있고 활기차도록 힘썼던 이정심 교수의 리더십,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이것 챙기랴 저것 챙기랴 동분서주했던 봉사정신의 화신 김영희 총무, 광주~영광간 왕복하는데 승합차 운행을 보시했던 안종팔 윤태병 정경자 세 문우들. 오늘 행사의 압권은 이명백 회장의 봉사였다.

문우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행사를 기획하고, 자비로 차를 렌트해서 손수 운전하면서 안내하고 입과 눈을 즐겁게 해주려고 노심초사했다.
공부한다는 현장학습의 의미보다 문우들간의 마음의 벽을 얇게 만든 기회였다. 문우들의 하나된 마음이 돋보인 하루였다.

박정희<조선대 평생교육원 문학산책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