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마음속 허기까지 달래주는 소박한 팥죽전문점
서민들 마음속 허기까지 달래주는 소박한 팥죽전문점
  • 영광21
  • 승인 2006.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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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편안함 제공”
농협스넥코너

하얀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 진한 팥죽 한그릇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김은 시장기에 허기진 서민들의 발길을 붙잡기에 충분하다.

“아짐! 팥죽 두그릇만요.” “여기라면 2인분, 떡볶기 1인분, 김밥 1인분요.” “쫄면되요.” “아줌마 여기 단무지랑 김치 좀 더 주세요.” 식성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주문하는 메뉴가 참으로 다양하고 복잡하다.

한쪽에서는 팥죽을 끓이고 김밥을 말고 라면, 떡볶기, 비빔밥, 쫄면, 만두국, 수제비, 칼국수,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 손님이 주문한 여러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한 영광읍 도동리 매일시장 안에 자리한 농협스넥코너(대표 박화순).

주로 분식위주의 메뉴를 갖춘 이곳은 팥죽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즐기는 새알팥죽과 독특하게 남쪽지방에서만 선보이는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칼국수를 넣어 끓인 팥죽은 오랜 세월동안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

팥을 삶아 채로 걸러 받아낸 팥앙금으로 끓인 진한 국물은 팥죽의 기본 원료로 맛의 승패를 좌우한다. 이곳 농협스넥코너의 팥죽의 인기가 식지 않는 것은 바로 농도 진한 팥죽 국물이 비결이다.

박화순 대표는 “이곳 스넥코너는 이 자리에서만 20년을 넘게 운영돼 왔고 지금은 재래시장이 예전의 활기를 찾지 못하고 군내버스터미널도 폐쇄돼 손님이 많이 줄었지만 이곳은 손님이 북적이며 장사가 무척 잘 됐었다”고 지난 시절을 밝혔다.

세상이 변해도 맛과 인정은 그대로
박 대표는 이곳에서 주방과 배달 등을 맡아 종업원으로 6년간 일을 하다 지난 2002년 식당을 인수해 운영해 나가고 있다.

시장도 예전만 못하고 식당 바로 앞에서 운영되던 농협하나로마트도 터미널점과 통합되는 등 주변의 상가가 대부분 폐점 또는 철수된 상황속에서도 영업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은 20년전 개업초기부터 팥죽을 끓여온 할머니가 가게 주인이 바뀌었음에도 이곳을 지키고 있고 박 대표 또한 이곳에서 종사하며 익혀온 맛과 기술을 그대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부지런해야지 먹고 살지”라며 맞이할 손님들을 위한 밑반찬이며 음식 준비를 위해 다시 주방으로 바쁜 걸음을 옮기는 박 대표는 누구나 부담없이 찾아와 시장기를 달래고 잠깐이지만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휴식공간이 되도록 편안함을 제공하고 있다.

나이 많은 어르신부터 직장인, 학생, 주부 등 다양한 계층이 방문하고 있는 이곳은 영광읍뿐만이 아니고 각 읍면에서도 단골손님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 또 바쁜 농사철에는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 식사나 참을 배달해주며 농민들과도 진한 호흡을 나누고 있다.

대부분 상점들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거리에 위치해 있고 매장을 알리는 간판을 크게 내걸며 열띤 홍보를 하고 있다. 하지만 농협스넥코너는 장소를 와본 사람만이 위치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가게를 알리는 간판은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

게다가 식당안의 구조도 특별나게 눈에 띄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도 이곳은 ‘불황’이라는 어려움을 모르고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고 첨단과학이 밀려온다 해도 사람의 마음속엔 어렸을때부터 먹어온 입맛과 정서 그리고 인정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동지다. 팥죽의 붉은 색이 나쁜 액운을 물리친다해 동지죽이라고도 일컫는 새알팥죽. 이곳 스넥코너도 그날을 대비한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