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수산인 34 - 칠곡어촌계 / 장주석씨<어촌계장>

돼지가 상징하는 풍요·다산의 의미를 역술적 풀이와 상술의 교묘한 만남으로 부풀린 감이 없진 않지만 2007년이 기대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냥 주어지는 복이 아니라 복을 찾아 발로 뛰는 이가 있다. 바로 48살, 돼지띠 사나이 홍농 칠곡어촌계장 장주석씨이다.
200여명의 계원들로 이뤄진 칠곡어촌계는 목맥, 대항월, 소항월, 선창개미, 월곡을 한가족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마을별 지형적 거리감은 칠곡어민들의 단합에 장애물이 되진 못한다.
"지난해 4월 어촌계장으로 선출된 후 약 5번 정도 어촌계회의를 했습니다" 칠곡어촌계 회의가 있는 날이면 그는 마이크를 잡고 마을방송을 한다. 하지만 노후된 방송시설은 일정 전달은 고사하고 어민들이 되물어 오기 일쑤다.
거기에 더해 길게 늘어진 칠곡어촌계 지형은 일일이 어민들을 찾아가야 하는 바쁜 발품을 필요로 한다. 그런 노력이 헛되지 않았던지 "마을행사나 현안문제가 있으면 어민들이 함께 의논하고 해결하죠"라며 분위기를 전한다.
하지만 그런 단합된 노력도 먹거리만큼은 쉽사리 풀지 못한다. "칠곡어민들의 주소득원은 김양식과 실뱀장어 잡이였죠." 칠곡리 앞바다를 한폭의 수채화로 수놓았던 김양식 말목들은 이제 한 장의 사진속 추억일 뿐이다.
겨울철 성장이 좋은 김은 원전온배수 영향으로 소멸성보상과 함께 사라진지 오래다.
그나마 와탄천 물줄기로 향해 달려드는 실뱀장어 잡이가 있지만 그 마저도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정도이다. "어민들이 봄철 칠곡앞바다에서 실뱀장어 잡이를 하지만 예전에 비해 양도 많이 줄었고 수입 실뱀장어 때문에 정말 어렵습니다." 봄철 실뱀장어 한달 어장으로 1년나기를 해야하는 그들에게 여간 걱정이 아니다.
거기에 더해 썰물시 마을항이 갖는 어선정박의 어려움과 칠곡리앞 수로에 쌓여만 가는 토사는 어선항해에 큰 어려움을 낳고 있단다. 또한 그는 "항월마을 부지가 대부분 정부소유로 돼 있어 개발에 큰 행정적 제약이 뒤따릅니다"라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는 영락없는 칠곡사람이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 실뱀장어 잡이를 했었죠." 칠곡에서 나고 자라, 지금도 선친이 살던 집에서 생활하는 그는 잠시 잠깐의 객지생활을 빼곤 주소변경한번 없이 칠곡리가 그의 인생극장이었다.
그런 그의 칠곡사랑은 "새해엔 우리 칠곡어민들 모두 건강하고 하는 일마다 잘됐으면 합니다"라고 덕담을 건네며 갯벌체험학습장 개발과 칠산바다 수산물로 이뤄진 싱싱한 먹거리장터 조성으로 2007년 황금복돼지를 꼭 잡겠다고 소망을 밝힌다.
김광훈 수산전문기자 mindlre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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