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금융권의 최대 난제이기에 18년을 끌어온 생명보험회사 상장 방안을 확정 발표하는 자리에서 자문위원 중 한 명이 “우리도 어떻게 하면 보험 계약자들에게 돌려줄 몫을 찾아낼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했지만 안타깝게도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라는 어이없는 얘기를 앞세워 상장자문위원회는 국내 생보사의 성격을 주식회사로 규정해 계약자에 대한 상장차익 배분없이 생보사 상장이 가능하도록 길을 터주었다. 상장을 함으로 인해 발생할 엄청난 차익을 재벌기업들인 주주에게 사실상 몰아주기로 결론지은 것이다.
나라마다 역사와 법적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생보사를 주주가 주인인 주식회사로 볼 것인가 아니면 계약자가 주인인 상호회사로 볼 것인가는 쉽게 결론짓기 어려운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상장자문위원회는 학계와 시민단체들이 제기하는 이유있는 반론을 단지 발목잡기로 폄하하고 생보사의 상호회사적인 성격을 부정한 체 주식회사로 인정하였다.
이는 지나치게 졸속이면서 성급한 결정일 뿐만 아니라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곤란한 결정이기에 앞으로 적절한 상장 방안을 찾지 않으면 두고두고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는 암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반증이라도 하듯 1월8일에는 경실련, 경제개혁연대, 보험소비자연맹, 참여연대 등 4개 단체가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의 상장안을 규탄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상장자문위원회 상장안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지적하고 생보사 상장에 대한 보험 계약자의 기여를 인정하는 올바른 상장 방안을 찾으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과거의 경영위험을 보험계약자들이 주주들과 함께 부담했고, 계약자 몫으로 분류된 돈이 보험사의 자본금으로 기능했기 때문에 상장을 하려면 계약자들의 몫을 주식이나 현금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거꾸로 상장자문위원회의 결론은 이렇게 시민단체들이 펴온 논리에 대해 이론적으로 반박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에 꾸준히 논란이 예상된다.
쟁쟁한(?) 학자들이 내린 결론이기에 생보업계와 정부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제는 발목잡기를 그만두고 18년 동안 끌어온 난제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시민단체들이 생보사의 상장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확실하게 원칙을 세우자는 것이다. 주주들의 몫 중에서 계약자의 몫을 정당하게 나눠주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또 시민단체들이 자문위원회의 중립성 등에 대해서 여전히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까닭은 생보사 상장이 재벌그룹의 여러 현안에 돌파구를 마련해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18년 동안 질질 끌어오다 보니 단순한 생보사 상장이라는 문제가 우리 경제의 여러 현안 특히 국내 최대 삼성그룹의 현안들과 얽히고설킨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사회적 논란의 소지를 낳았고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상장자문위원회 방안대로 상장이 이뤄지면 생보사를 소유한 재벌기업들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차익을 얻게 된다. 금융회사를 사금고처럼 이용했던 재벌기업들에게 엄청난 상장차익을 몰아주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재벌기업의 금융지배를 막아야 할 정부가 생보사 상장차익을 재벌기업들에게 몰아준다면 국민들을 설득할 명분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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