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탐방 70 / 평금경로당<대마>

“아이고 오시느라 고생 했구만요. 어여 안으로 들어가시죠.” 예상을 적중한 경로당에 대한 낯설움으로 어색해 하는 우리 일행을 반기는 얼굴하나가득 웃음을 머금은 어르신들의 환영이 정겹다.
어르신들을 따라 들어선 평금경로당(회장 전재린 사진)에선 바로 전날 제사를 지낸 이웃이 어르신들과 나누려고 음식을 장만해와 끓이고 데우느라 맛있는 냄새가 시장기를 발동하게 했다. 이처럼 이웃과 나누는 인정이 그대로 남아 풍족함이 넘치는 이곳은 지난 98년에 설립돼 운영되며 어르신들의 아름다운 만남의 장이 되며 따뜻한 쉼터가 되고 있다.
“우리 마을은 무엇이든 1등이여. 그래서 경로당도 주변마을에서 제일먼저 지었제”라며 마을의 단합을 자랑하는 어르신들은 “지금은 사람들이 많이 떠나 얼마 안되지만 예전에는 100여 가구가 모여 살며 퇴비증산은 물론이고 무엇이든지 마을에 일이 주어지면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해 모범마을로 주변에 정평이 나있다”고 자긍심을 밝혔다.
벼농사 중심인 이곳 마을은 최근에는 양파농사를 많이 짓고 있으며 현재는 50가구 9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전재린 어르신은 “우리 마을은 옛 전통이 살아 있는 마을로 300년전부터 당산제를 지내오다 점차적인 사회의 변화로 지금은 당산제는 지내지 않고 있지만 당산은 그대로 남아 마을을 지키고 있다”며 “또 이곳은 자손이 없어 자신의 모든 전답을 희사하고 제사를 지내 줄 것을 유언한 큰 벼슬을 지냈던 부자의 뜻에 따라 수백년전부터 음력 3월 그믐이면 마을 주민이 모여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마을의 전통을 설명했다.
예로부터 농악이 발달된 곳으로도 유명한 이곳마을은 원래 12당산이 있었으나 현재는 9당산만이 남아있고 30년전부터 자연스레 굿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5년에는 무형문화재 제17호인 우도농악보존회에서 주관해 여는 마을굿이 펼쳐지며 잊혀져간 마을의 옛 전통을 되살려 전국에서 모인 광대들에게 알리는 신명나는 굿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른 마을과 다르게 어르신들의 모습이 유난히 밝은 이곳은 아직도 민물가재나 고동이 살고 있어 청정지역임을 과시하며 마을 어르신들 모두 무명장수해 자손들의 기쁨이 되고 있다. 이곳은 고창과 장성을 경계지역으로 두고 있어 영광 끝을 의미하지만 영광의 중심 물줄기인 와탄천의 상류지역으로 또 다른 시작을 뜻하기도 하는 지역이다.
“오래전부터 하천 제방이 약해 비가 많이 내리게 되면 보따리를 싸서 피신하기가 일쑤였다”며 “임시방편으로 공사해 놓은 지금의 하천주변을 튼튼하게 정비해 주민들의 걱정을 덜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하는 어르신들의 간절한 바램이 하루빨리 이뤄져 즐거움이 더욱 넘쳐나는 편안한 보금자리가 되길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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