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도 담을 넘는다는 천상의 향
부처님도 담을 넘는다는 천상의 향
  • 영광21
  • 승인 2007.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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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용인의난과의 만남 20 - 불도장
동양 3국중 가장 먼저 난을 가꾸기 시작한 중국은 역사가 긴 만큼 난의 품종이 안정돼 있고 난을 분류하는 체계나 관상법이 명확하게 구분지어져 있다.

중국춘란은 주로 절강성의 소홍과 여요, 항주 등지의 낮은 산에 자생하며 꽃대 하나에 한 송이의 꽃이 피는 일경일화와 한 꽃대에 여러 송이의 꽃이 피는 일경구화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란의 명품은 첫째 향(香)이요 둘째가 색(色)이며 셋째는 꽃의 생김새를 관상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또한 중국춘란은 모두 향을 가지고 있기에 난에서 나는 향에도 등급을 두어 달콤한 향보다는 청향(淸香)을 최고로 친다. 양쯔강 이남의 중국 강남에 위치한 푸젠성(福建省)은 난인들에게는 복건성 난으로 조금 알려진 곳이다.

진나라와 한나라를 거쳐 남송 대까지 수십차례의 참혹한 전란과 살육, 전제왕권의 무소불위 학정을 피해 중원지역으로부터 남쪽으로 이동해 산간벽지를 개간하고 원주민과 융합에도 적극 나섰던 이주민들은 현지 적응력이 매우 뛰어났으며, 해외로 진출해 오늘날 세계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화교권 세력을 구축해 광둥과 함께 해외 화교의 본향으로 불리고 있다.

이런 푸젠에는 중국 8대 요리 중의 하나로 '탕이 없으면 안된다(無湯不行)' '한가지 탕이 열 가지 맛을 낼 수 있다(一湯十變)'는 말이 상징하듯 모든 요리중 탕을 으뜸으로 한다.

1877년 제법 큼직한 식당을 운영하는 정춘발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가까운 관료와 문인들을 초대했는데, 요리의 뚜껑을 열자 방안 가득 퍼진 향에 모두 취하고 말았다.

주인에게 물어 본 즉 아직 요리 이름이 없다고 하자 그 중 한 시인이 즉석에서 한 수 읋???'뚜껑을 열자 사방으로 퍼지는 향(香) 참선하던 부처님도 담을 넘겠네(啓??香飄四隣 佛聞棄禪跳牆來)'라는 시를 지어냈다. 이처럼 절묘한 시구가 인연이 돼 이 요리는 이후에 불도장(佛跳牆-부처도 담을 넘겠네)라 불리게 되었다.

푸젠요리에 자주 사용되는 조미료는 홍조(紅糟)와 하유(蝦油)인데, 홍조는 찐 찹쌀에 누룩의 일종인 홍국(紅麴)과 백국(白麴)을 섞어 항아리에 담아 한달정도 지난 다음 체로 걸러 사용하는 조미료로 장어, 닭, 오리, 생선, 돼지고기 등을 조리할 때 쓰고 하유는 새우액젓으로 간을 맞추는 조미료로 사용한다.

푸젠요리의 특징인 연피(燕皮)는 신선한 순살 돼지고기에 녹말가루를 더해 짓이긴 뒤 눌러 종잇장처럼 얇게 편 다음 햇볕에 말려 사용하는 것으로 탕 등의 고급요리에 사용하고, 생선을 갈아서 둥글게 만든 어환(魚丸)도 빼놓을 수 없는 진품요리다.

그런데 이들 요리의 향을 더 하는데 극비 재료로 들어가는 것이 바로 난의 꽃이라니 새삼 난향만리(蘭香萬里)를 실감케 한다.

백 용 인 <영광군농업기술센터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