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탐방 74 / 입정경로당<법성>

입정경로당을 찾아 나선 법성면 임암리. 이곳의 어르신들도 이곳저곳에서 일손을 불러 모아 올해의 농사준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간단한 검진과 건강에 관한 상담을 위해 동행한 영광종합병원 식구들과 도착한 입정경로당(회장 하연식). 사전에 방문한다는 연락을 했음에도 방문한 경로당이 썰렁하기만 하다.
논농사와 고추, 담배농사가 주를 이루는 이곳은 요즘이 한창 파종한 고추모를 포토에 이식하는 작업으로 바쁜 탓에 몇몇 어르신을 제외하고 대부분 어르신들이 비닐하우스에서 개인 또는 이웃의 작업을 돕고 있었던 것. 그래도 어르신들은 찾아온 손님을 반기기 위해 일손을 잠시 멈추고 자리를 함께하며 고마운 정을 전달했다.
마을 입구, 지은 지 얼마 안돼 보이는 마을회관을 지나 자리한 입정경로당은 89년도에 건립돼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어르신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50여명의 어르신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이곳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만큼 경로당 외모가 약간 노후 되기는 했어도 어르신들의 손때 묻은 살림살이며 나름대로 꾸며지고 정돈된 내부 모습들이 다른 경로당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며 편안함을 전달했다.
특히 아마도 파리가 실례를 여러번 한 듯한 액자속의 빛바랜 흑백사진부터 최근 찍은 칼라 사진까지 크게 확대해 벽에 걸어진 어르신들의 여행지에서 찍은 단체사진들은 그시절 그때의 모습을 그대로 나타내며 지나간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이처럼 지난 세월의 자취를 그대로 간직한 이곳은 지난달 23일 마을 유래가 자세히 적힌 마을유래비를 경로당 바로 옆 터에 세워 어르신들의 자랑이 되고 있다.
젊은 시절부터 마을 이장과 새마을지도자 등을 지내며 마을의 발전을 위해 앞장서 일해 온 입정경로당 하연식(83) 회장은 “우리 마을은 마을 주민간에 서로 돕고 화합하며 인정이 넘치는 마을이다”며
“오래전부터 마을일을 해오면서 마을을 제대로 후손들에게 알리고 마을의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중 마을 유래비를 세워 남긴다면 마을의 유래가 영구보존 되며 올바르게 전통이 이어질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이번 유래비를 세우게 됐다”고 자부심을 밝혔다.
특별한 회비가 없음에도 크게 부족함없이 살림을 꾸려 나가고 있는 이곳은 정부에서 지원되는 보조금을 절약하고 뜻있는 사람들의 희사로 경로당을 운영해 나가고 있다.
“예전에는 1년에 4~5번 여행을 다녀왔다”는 이곳의 어르신들은 요즘은 1년에 한두번 여행을 다녀오며 농사로 지친 심신을 위로하고 황혼의 외로움을 달래며 노쇠한 일상에 활력을 찾고 있다.
입춘이 지나고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꽁꽁 알러 붙은 대동강 물도 녹는 다는 우수다. 꽃피는 춘삼월 아니면 4·5월경 여행을 떠나며 활짝 핀 봄꽃만큼 환하게 웃을 어르신들의 얼굴을 그리며 어르신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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