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터 넘어 평생 한, 원풀이 공간”
“배움터 넘어 평생 한, 원풀이 공간”
  • 영광21
  • 승인 2007.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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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탐방 백수읍 할머니한글공부방
“죽어서라도 한글을 배워야겠다는 것이 소원이여” 까막눈 세상의 어려움을 한마디로 말하는 73세의 김병임 할머니. 하지만 김할머니는 요즘 신바람이다.

6개월째 그 소원풀이를 해 나가고 있기 때문. “얼마나 고맙고 감사헌 일이여. 이렇게 우리들 평생원을 풀어주는데” 한글배움에 열기로 가득찬 할머니들의 이구동성이다. 더불어 그 얼굴엔 미안함도 함께 서려있다.

바로 공부방을 운영하는 전복심씨. 그녀의 머릿 손님이 기다리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의 수익보다는 여기 할머니들의 배움이 훨씬 값지고 소중합니다”라는 그녀는 백수읍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단지 통장만이라도 읽을 수 있게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 했죠” 그녀를 찾아와 통장, 각종영수증 내용을 묻곤 하시던 할머니들, 늘 묻어뒀던 안타까움에 지난해 7월부터 한분 두분 모여서 시작한 것이 벌써 20여명의 할머니들의 배움터로, 평생한의 원풀이 공간으로 커져버렸다.

할머니한글공부방은 백수읍농업상담소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반나절동안 운영된다. “뭐 큰 것 있나요. 그냥 작은 시간을 쪼개서 하는 것뿐인데.” 그렇게 말하는 그녀에게 정작 시간을 쪼갠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

한가족의 어머니로, 미용일로 그리고 평일 저녁 광주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니는 대학공부, 거기에 더해 영광미용협회장, 문화유산해설가, 대한적십자사옥당봉사대, 영광경찰서모니터위원 등 각종 활동들이 그녀를 따라 다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우는 방법이 재미있다. “파리채 같은 것이 9짜여. 그 반대로 파리채 손잡이가 위로 간 것이 6자고.” 할머니들에게 맞는 방법을 찾고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녀만의 노하우가 생긴 것 이란다. 이에 더해 한글카드, 교재 등도 그녀가 직접 연구해 준비한다.

“선상님, 여기 좀 봐 주세요.” 20여명의 할머니들의 각각의 배움 내용이 다르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선생님을 찾는다.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법 한데 싫은 내색한번 없다.

“얼마나 신기한지 몰라요.” 처음엔 숫자, 한글 등을 따라 그리는 정도였다. 그것도 엉터리 그림. 그런데 지금은 글씨도 정말 예쁘게 쓰시는 데다 제법 글을 자연스럽게 읽는 분들을 보면 오히려 힘을 얻는단다.

그래서 그녀는 요즘 고민이다. 입소문에 한분한분 발길이 이어지고 그 할머니들의 배움의 열의를 져 버릴 수가 없다.

“일단 당장 ‘끝’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배우고자하는 분들은 미루지 말고 웃고 공부하며 놀다간다 생각하고 언제든 편하게 찾아주셨으면 합니다.”라는 전복심씨와 20여분의 할머니, 그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할머니한글공부방’엔 배움 이상의 마음 따뜻해지는 그 무언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