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 오티홍국<이주여성>
“안녕하세요. 들어오세요.” 정확하지 않은 발음의 인사말이 한국 사람이 아닌 것을 알아차리게 한다. 개구쟁이 꼬마들의 웃고 떠드는 모습이 귀여운 오티홍국(37)씨 집. 홍농읍내의 하원빌라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베트남 하로이가 고향인 이주여성이다.
지난 96년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에 취업하면서 한국생활을 시작한 그는 그곳에서 3년간 일하다 먼저 한국 사람과 결혼한 베트남 친구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결혼해 한국에 정착했다.
3남2녀 중 넷째인 그는 “베트남은 결혼이 빠른 편인데 22살 되던해 어머니가 심장병으로 돌아가시고 홀로 남은 아버지와 가정을 챙기느라 결혼이 늦어졌다”며 “요즘 성행하는 결혼주선업체를 통한 것이 아닌 우연히 친구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언어적, 문화적인 차이 등으로 결혼 초기에는 많은 어려움 겪었지만 지금은 아이들과 잘 살고 있다”고 현실의 만족을 표시했다.
이름을 물어보는 기자를 위해 또박또박 ‘오티홍국’이라고 한글로 이름을 써주는 그는 남편과 주변 친구의 도움은 받기도 했지만 TV와 같은 방송매체 등을 통해 거의 독학으로 한글을 배워나갔다고 한다.
이렇게 낯설은 타국에서 직작생활을 하는 남편 뒷바라지와 1남1녀의 아이들을 낳아 키우면서 지낸 그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자 생활에 보탬이 되려고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다.
“남편을 고생한다고 하지 말라고 해요. 하지만 집에 있으면 심심하고 일을 하면 돈도 벌고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어 좋아요”라며 “남편 혼자서 일하면 힘들잖아요.
아이들도 키워야 되고 부지런히 일해서 저축을 해야지요”라고 환하게 웃는 그는 알뜰함이 넘쳐나는 한국주부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오티홍국씨는 식당일을 하기 전에 살고 있는 아파트 청소를 하며 약간의 수고비를 받기도 했다.
그를 한국에 머무르게 한 중매쟁이인 그의 베트남 친구는 “민석이 엄마는 참 좋은 친구입니다. 직접 김치도 담아 먹을 만큼 살림도 야무지게 잘하고 시댁식구들과도 가까이 지내며 가정의 화목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있으니까요”라며 그의 현실을 설명했다.
고향을 떠나와 낯선 사람들과 부대끼면서도 착하고 고운 사랑으로 행복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가는 오티홍국씨. 며칠 안 있으면 설명절이 다가온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떠나 있던 고향과 가족을 찾아 반가움을 나누지만 오티홍국씨 처럼 외국에 고향을 두고 있는 외국인들은 그리움으로 쓸쓸함이 더 한 시기일 것이다.
그를 비롯한 많은 외국인들이 따뜻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좀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려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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