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교육 넘어 불갑사회안전망”
“아이들 교육 넘어 불갑사회안전망”
  • 영광21
  • 승인 2007.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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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당골 칭찬릴레이 / 불갑어린이공부방 <불갑면>
손자녀석을 태운 경운기는 오늘도 불갑어린이공부방으로 향한다. 그리멀지 않은 거리의 공부방을 향해가며 할아버지는 잠시잠깐 상념에 잠긴다.

‘아이들은 나라의 미래다’ 세월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명제라지만 요즘 시골을 보면 그 미래가 썩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농촌학교통폐합으로 대변하듯 아이들 구경하기가 힘든데다 그나마 있는 아이들 중 상당수는 IMF세대라는 시대적 아픔이 낳은 경제적 어려움, 조손가정 등의 생활환경이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불갑은 면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라는 안도와 함께 할아버지는 오후 반나절 손주녀석의 삶을 책임질 공부방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한다.

불갑원불교교당에 둥지를 틀고 있는 공부방. 그곳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유경숙, 김경미 학습도우미교사는 “단지 아이들 공부만 봐 주는 곳이 아닙니다. 그들의 삶을 가꿔주는 곳이죠”라고 이구동성이다. 공부방엔 취학전 아동 10명, 불갑초등학교 50여명 중 19명의 아이들이 다닌다.

취학 전·후를 기준으로 지역내 절반가까운 아이들의 생활을 맡고 있는 셈이다. “시골에선 방과 후 아이들이 자칫 방치되기 싶죠.

하지만 이곳에선 매일 아이들이 방과 후 바로 와 저녁까지 함께 공부하고 생활을 합니다”라는 말처럼 불갑어린이공부방은 교육을 넘어 사회안전망 구실을 하고 있다.

이에 더해 불갑면사무소 김성숙 복지사는 “이곳에 아이를 맡기고 직장을 구하신 어머니도 계십니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아이를 홀로 두고 일 다닐 엄두를 내기가 쉽지는 않으니까요.” 똑같은 학부모 입장에서 여성취업, 가사경제 도움이란 측면의 불갑어린이공부방이 갖는 순기능을 강조한다.

또 하나 특이할만한 점은 운영주체가 면행정이 중심에 서고 민간과 함께 꾸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2005년 3월1일 개원한 공부방은 면에서 전적으로 재정과 기획 운영을 담당하고 이에 대한 아이들 지도와 내용적 채움은 불갑면민 중 선발된 선생님들이 지도하십니다”라는 정회덕 불갑면 사회계장. “이는 영광관내 불갑면이 유일하다”며 사뭇 자부심이 묻어나는 웃음 과 함께 개원당시 면사무소 직원들의 작은 마음이 모여 어렵게 시작했지만 큰 결실을 맺어간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저 저금통에 면사무소 직원들이 매월 조금씩 마음을 담아 공부방운영에 보태고 있죠.” 면 사무소에서 공부방담당을 맡고 있는 김경미씨가 면사무소 한 귀퉁이 사랑의저금통을 가르키며 하는 말이다. 이어 그녀는 “불갑면민들과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합니다. 하지만 항상 재정이 빠듯해 아이들에게 더 많은걸 해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라며 영광사회의 따뜻한 손길이 더욱 많이 함께했으면 했다.

문뜩 어릴 적 ‘독수리오형제’라는 만화가 떠오른다. 불갑어린이공부방을 가꾸고 키워가는 다섯여전사(?), 어쩜 그녀들은 ‘불갑독수리오형제’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