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이 찾아주는 고객들이 제일 고맙지요”
“변함없이 찾아주는 고객들이 제일 고맙지요”
  • 박은정
  • 승인 2007.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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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을 일구는 여성 / 김강순<홍농읍>
모두가 잠든 이른 새벽, 각 가정을 돌며 아침의 신선함을 전달하는 이들이 있다. 신문을 돌리고, 우유를 배달하고, 거리를 청소하고….

홍농읍에서 24년 동안 우유배달을 해온 김강순(56)씨도 아침을 여는 사람으로 주민들을 반갑게 만나고 있다.

전북부안이 고향인 그는 22세 되던 해 건축일을 하는 남편과 결혼해 슬하에 형제를 두고 있다.

영광원자력발전소 1호기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남편을 따라와 80년대초 홍농땅을 밟은 김 씨는 남편의 일정치 않는 소득으로 생활이 어려워졌다. 그때부터 인고의 세월이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영광으로 오기 전 남편은 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도 일을 했었습니다.

당시 저는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우유배달을 잠깐 했었고 그것이 계기가 돼 홍농으로 와서도 자연스레 우유배달을 하게 됐죠”라며 우유배달을 시작한 동기를 밝힌 김 씨는 “예전에는 지금처럼 오토바이가 없어 무거운 우유가방을 메고 직접 걸어 다니면서 우유를 배달해 지난 힘겨움을 말로 다할 수 없다”며 “그래도 오직 자식들을 키우고 생활을 해나가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우유배달을 하면서 후회해 본 적은 없다”고 일에 대한 자부심을 밝혔다.

야쿠르트도 함께 배달하는 그는 가방을 메고 손수레를 끌며 모진 비바람속에서도 변함없이 고객을 만나며 희로애락을 함께 나눴다.

지금은 자식들이 장성해 수고가 덜하기는 하지만 꾸준히 애용해준 고객에 대한 보답과 자신의 건강 그리고 노후를 위해 여전히 우유배달의 길을 걷고 있다.

20년 동안 김 씨를 만나왔다는 한 고객은 “우유아줌마는 사람이 너무 좋아요. 마음이 착해 우유값을 떼고 사람들이 도망을 가기도 하고 버젓이 지역에 살면서도 우유값을 주지 않아도 우유값 주라는 소리를 못하거든요”라며 “홍농읍에서 우유아줌마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워낙 오랫동안 하시고 친절하시기 때문이지요”라고 김 씨를 설명했다.

김 씨는 인생의 힘겨움이란 끝이 없다. 하지만 김 씨는 닥친 삶을 부정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드리며 일상을 부지런하게 채워가고 있다. 또 홍농읍여성소방대원으로 활동하며 형편이 어려운 독거노인이나 장애인들을 돌보며 봉사를 실천해 읍민의 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하며 주변으로부터 성실함을 인정받고 있다.

“주민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올수도 없었겠죠. 모든 주민들에게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라며 든든한 영업용자가용인 오토바이에 몸을 싣는 그는 근면함으로 다시 지역을 향해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