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어업인42 - 그물제작 / 장남석씨<염산>

바닷물살 가르며 첫 항해에 나선 어선위엔 어김없이 새 그물이 실려있다. 그 그물을 바라보는 어부의 눈빛엔 만선에 대한 새로운 희망과 바람이 먼저 가득 잡힌다.
"이곳에서 만드는 그물은 이음새 부분이 질기고 단단해 어민들이 좋아합니다"라는 염산면 서해어망제작소 장남석(58)씨. 애써 잡은 물고기를 뻥 뚫려버린 그물에 잃어버린 경험들을 가진 어민들의 애환을 다 잡아가느라 어망제작 공장은 공업용 미싱소리로 가득하다.
20대때 시계제작·수리 기술자로서의 섬세함과 그 자신 10여년이 넘는 어업활동 또 10여년간의 어망제작 경험 그리고 잠을 잊고 연구에 몰두하는 그의 열정은 그 어느 곳에서 만드는 그물보다 단단하고 질긴 새우잡이그물과 잡어들을 잡아내는 지왕망을 만들어내고 있다.
"일일이 손으로 만들면 그물이 질기고 단단하지만 많은 양을 만들 수 없죠. 반대로 기계로만 제작을 하면 양은 많을지 모르나 그물이 질기지 못합니다." 수작업과 기계작업의 장점만을 엮어내 질기고 단단하면서도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는 그만의 노하우를 개발했다.
이렇게 만든 그물은 영광지역은 물론 인천, 강화, 목포, 신안 등 새우가 많이 나는 곳에서 주로 찾고 있다고 한다. 그는 "다른 경쟁업체에서 본을 따려고 하지만 쉽진 않을 것"이라며 짐짓 여유마저 보인다. 이와 더불어 "여기서 만든 지왕망을 새우잡이 어장틀을 이용해 겨울철 주꾸미 등을 잡을 수있도록 고안했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쉼없이 새우잡이를 해온 어장틀은 겨울철 놀리게 된다. 하지만 그가 개발한 지왕망과 새우잡이어장틀과의 결합은 겨울철 새로운 소득창출을 하게 한다.
매년 한 대 한대 공업용미싱도 늘어 7대의 미싱이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지만 처음부터 쉬운 건 아니었다. "저 기계들을 땅에 묻기까지 했었죠." 연이은 사업실패 그리고 다시 시작한 어망제작사업의 초창기 어려움은 그의 희망과 함께 기계설비들을 땅속에 묻어야만 했다.
하지만 실패로 떠난 염산, 실패로 인해 다시 돌아온 염산, 그리고 길거리 그물보수작업에서부터 한발한발 새롭게 시작한 어망제작사업을 여기서 멈출 수가 없었다. "실패가 더 많은 고민과 연구 그리고 열정을 준 것 같습니다"라며 폐부 깊숙이 밀려드는 회한에 잠시 젖는다.
그 어떤 고난속에서도 늘상 함께 해준 아내와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그는 보관창고건립에 대한 행정 문턱의 높이를 낮추고 더불어 다른 곳처럼 수협을 통한 판매가 가 이뤄지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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