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수산인 44 - 지민철 임재희 부부 / 수산물 도소매업<영광읍>
"네, 잠시만요." 가게안 활어수조 절반을 차지해 버린 주꾸미가 연신 손님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이어 "어메 좋은거, 해삼 3kg만 줄랑가"라고는 묻고 난 손님, "손이 저울이여"라며 굳이 저울질 과정을 확인하지 않는 한마디 속에 주인에 대한 믿음이 배어 있다. 가끔 원산지 변경, 싱싱함을 잃어버린 수산물 눈속임 등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곤 한다.
"저희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굳이 이것저것 캐묻지 않습니다. 지난 3년여 시간동안 쌓인 서로에 대한 믿음이죠"라며 '정직하게 해나가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준다'는 지민철(39) 임재희(33)씨 부부.
싱싱한 해산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남편 그리고 남편이 구해온 해산물을 고객에게 당차게 팔아 재끼는 아내, 둘의 콤비플레이가 정말 돋보인다.
2003년 10월 영광읍버스터미널 한귀퉁이에 자리를 튼 그들의 보금자리에 가면 낙지, 주꾸미, 해삼, 개불, 멍게, 고막, 피조개, 소라 등 바닷속을 옮겨놓은 듯한 살아있는 해산물이 가게 안을 꽉 채우고 있다. "장모님이 함평에서 30여년 넘게 수산물 도소매업을 하셨죠.
" 젊어 실패한 사업은 별 연고가 없던 그들 부부를 영광에까지 발을 들여놓게 했다고.
새벽 2시, 졸린 눈을 비비고 남편은 활어차 운전대를 잡는다. 그리고 그의 활어차는 광천, 대천, 군산, 영광, 함평, 무안, 목포, 강진, 여수 등 서남해안을 쭉 돌며 영광군민들의 싱싱한 먹거리를 담아낸다.
그리고 그 수산물들은 아내가 기다리는 가게로, 고창, 함평, 무안, 목포 등의 동선을 따라 각종 활어횟집, 포장마차 등지로 운반된다. 그리고 남편은 어느덧 짙게 깔리는 어둠을 뒤로 할 때 다시 가게로 돌아온다.
그들 부부에게 살아있는 수산물 도소매업은 만만치만은 않았다. "처음엔 경험부족으로 애써 구해온 낙지를 모두 죽인 적도 있죠." 살아있는 생명체이기에 작은 실수하나에도 모두 잃어버렸던 경험들. 이에 더해 내내 학교공부만 해왔던 아내, 대학원 졸업과 함께 접한 장사인지라 처음엔 울기도 많이 울었단다.
무한경쟁 생존의 법칙의 시장질서 속에 모든 것이 생소하고 버거웠다.
하지만 "아따, 어디 가서 이렇게 좋음서 가격 싼데 있는 가 찾아보쇼" 어느덧 능청스러움(?)이 배인 목소리,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수산물을 저울에 달며 재깍 팔아 헤치우는 그녀에게서 울음 많던 예전의 모습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가게에는 커다란 수조들이 즐비하다. "사회복지 공부를 했죠." 그러니 만큼 영광군민에게 되돌려 줄 수 있는 기회를 꼭 만들고 싶단다. 가게안 수조에는 각종 싱싱한 해산물이 꽉 차있다. 그리고 따스한 마음과 함께 영글어 가는 그들 부부의 꿈이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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