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은 집안끼리 모여 상게 언제나 화목혀”
“우리 마을은 집안끼리 모여 상게 언제나 화목혀”
  • 영광21
  • 승인 2007.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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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탐방 82 / 영촌경로당<묘량>
묘량면소재지에서 북쪽으로 약 900m 떨어진 곳에 동남향으로 위치한 영촌마을. 남쪽으로는 당산마을이, 북쪽으로는 막해마을이, 동쪽으로는 멀리 운당마을이 보이며 서쪽으로는 마을 뒷산이 용의 형국으로 펼쳐져 있다.

마을 표시비와 효자비 그리고 마을중앙의 영풍정을 지나 만난 영촌경로당(회장 정윤성).
여느 농촌처럼 한해 농사의 시작으로 움직임이 빨라진 이곳도 어르신들이 분주하게 활동을 시작하고 있었다. 다행이 찾아간 날에는 오전부터 비가 내려 어르신들의 바쁜 발걸음을 붙잡을 수 있었다.

5여년전에 건립돼 마을의 사랑방역할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는 영촌경로당은 30여명의 어르신이 노년을 위로하며 마음을 의지하고 있다.

마을 주위에 지석묘가 있는 것으로 보아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았을 것으로 추측되는 이곳은 조선시대 세조 초기에 영성정씨 정극람이 경기도 광주 두모포에서 현감을 끝으로 관직에서 물러나 이곳으로 이주해와 거주함으로써 마을이 형성됐다고 한다.

현재는 영성정씨가 주축으로 마을을 형성하며 모두가 친인척으로 남다른 정을 나누고 있다.

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정윤성 어르신은 “예부터 영양방면 사람들이 영광읍으로 갈 때는 이곳 67개의 재를 넘어 영광읍을 오고갔기 때문에 잿마을이란 이름으로 불리어오다가 세조 2년 영성정씨가 들어와 살면서 한자로 재(嶺)자와 마을 촌(村)자를 따서 영촌(嶺村)이라 불렀다”며 “우리 마을은 자녀를 바르게 성장시키려는 교육열이 높아 공직자를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에서 많은 인재를 배출한 곳으로 지금은 노인들만이 마을을 지키고 있지만 자녀들과 출향인들이 고향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높아 마을의 어른들을 자주 찾아 경로당 운영에 큰 어려움없이 지내고 있다”고 뿌듯함을 밝혔다.

아주 바쁜 농사철을 제외하고는 거의 1년 내내 모여서 여가를 보내고 있는 이곳의 어르신들은 여느 경로당처럼 겨울철에는 점심을 함께 하고 윷놀이 등을 즐기며 일상의 무료함과 적적함을 달래고 있다. 하지만 이곳 어르신들은 독특하게 화투는 즐기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비록 작은 판돈이 오가는 놀이지만 이웃이자 집안인 회원들끼리 혹여나 다툼이라도 일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깃들여 있기 때문이다.

서로간에 남남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하고 세심한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불편함이야 있겠지만 넓게 포용하고 크게 배려하려는 이웃간의 인정은 마을에 평화와 행복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농사가 더 바빠지기 전에 여행이라도 다녀올라고 준비중이여”라며 곧 치러질 마을 나들이에 부푼 어르신들. 1년이면 서너 차례 여행을 다녀온다는 어르신들은 풍족한 마음으로 황혼의 넉넉한 여유를 벗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