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에 실린 꿈과 희망”
“차 한잔에 실린 꿈과 희망”
  • 영광21
  • 승인 2007.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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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탐방 - 풍뎅이찻집
비오는 장터풍경 속, 낮선 외침하나 “차 드세요” 커피 홍차 마차 율무차 유자차 냉쥬스 등 가지런히 놓여진 각종 차들에 앞서 ‘풍뎅이찻집’이라는 어여쁜 작은 간판이 눈길을 잡아맨다.

그리고 정성어린 차를 전해주는 손길, 서둘러 판매일지에 기입하고는 얼굴 양볼 환한 웃음이 가득 고인다. 아마도 그 웃음속엔 ‘팔았다. 그래서 돈이 생겼다’라는 득실의 개념보다는 ‘내가 스스로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일 것이다.

“풍뎅이는 잘 먹고 튼튼하며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순한 곤충이죠”라는 영광군정신보건센터(센터장 이연국) 여미숙 심리사와 최영희 사회복지사, 굳이 뒤이은 설명이 없어도 ‘찻집’이름이 갖는 속뜻이 물씬 전해진다.

일곱살에 접어든 풍뎅이 찻집, 영광군정신보건센터를 이용하는 정신장애우 중에 취업의지가 강하고 자립자활의 요구가 높은 회원들 중심으로 운영된다.

“현재는 다섯분 정도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매번 영광읍 장날에 맞춰 문을 여는 찻집은 영광보건소 앞길 한켠을 지키는 고정찻집과 영광장터를 돌며 군민들과 시장상인들을 만나내는 이동찻집 두곳이 함께한다.

찻집판매대를 옮기고 비품마련, 차구입, 판매, 계산, 이에 대한 나눔까지 고스란히 회원들의 몫이다. 이처럼 당연한 것마저 당연하지 못한 상황, 당연한 것을 위한 준비와 연습을 하는 장이 바로 ‘풍뎅이찻집’인 것이다.

현대물질사회의 고도의 방정식의 복잡함에 비례해 개인의 정신적 혼란 또한 커져가고 있다. “저희 회원들 중 다수는 학교때 학업성적이 우수했거나 아무런 어려움없이 일상적인 생활을 해오신 분들입니다.” 사회적 후천성 정신질환, 그리고 이에 대한 편견 때문에 놓쳐버린 치료시기는 병을 키우는 것이 다반사란다.

“감기걸리면 감기약을 먹듯 정신질환을 앓게 되면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전에 누구에게나 가능성이 있는 질환이라는 것과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회적 시각이 필요하죠”라며 아쉬움을 토해낸다.

찻집 옆 꽃가게, 옷가게 아주머니가 합창이나 하듯 “많이 팔았어. 차 한잔 줘봐”하며 내 던지는 주문속엔 어느덧 그동안 장터에서 베인 정과 서로를 위하는 마음도 함께 주문된다.

“확실히 찻집을 거쳐 간 회원들은 사람을 대할 때 자신감이 묻어납니다”라며 그동안 ‘풍뎅이찻집’을 거쳐 취업을 하고 가정을 꾸려 어엿한 가장으로 또는 아내로 살아가는 회원들의 지극히 당연한 삶의 모습을 쏟아낸다.

그런 의미에서 ‘풍뎅이’에겐 그냥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곤충을 넘는 그 무언가가 있다. 이에 더해 영광군민, 정신보건센터, 정신장애인들이 한데 어우러져 대동의 장을 적금하는 ‘희망과 꿈’인 것이다.

“선생님은 건강하잖아요.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잖아요.” 회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그래서 같아지려 무던히 애쓴다.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풍뎅이찻집’은 그 노력과 바램이 한데 어우러져 오늘도 영광장터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