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원자력본와 함께한 시골 분교의 서울 나들이
영광원자력본와 함께한 시골 분교의 서울 나들이
  • 영광21
  • 승인 2007.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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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작은 시골교정이 시끌벅적한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4월19일 목요일 오늘이 바로 한국수력원자력(주) 영광원자력본부와 함께 1박2일 여정으로 서울탐방을 떠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모두 기다림과 설레임으로 얼굴이 잔뜩 상기된 채 부모님의 배웅을 받으며 차에 올랐다. 가는 길은 쾌청한 날씨만큼이나 대체로 순조로웠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고궁의 옛정취를 간직한 경복궁이었다. 마침 그 곳에서는 수문장 교대식이 한창이었는데 미동도 하지 않고 늠름하게 궁궐을 지키는 모습에 아이들도 신기했던지 눈을 떼지 못하는 눈치였다.

광화문은 일제시대 때 3.5도 틀어진 각도를 바로 잡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아쉽지만 볼 수 없었다. 우리는 근정전의 위용에 감탄하며 곧 바로 경회루로 향했다.

정사(政事)에 지친 임금님이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기에 알맞은 수려한 경관을 뽐내고 있기에 더 멋이 있는 그 곳을 관람하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감탄하는 것도 잠시, 이내 연못에서 노닐고 있는 잉어떼들을 바라보는 것에 더 즐거워했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니잖니!’라고 말하려다가 사실 ‘아이들의 눈에는 살아 움직이고 반응하는 물고기들이 더 신기하고 흥미롭지 않겠는가’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나는 입을 다물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경치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다음으로 경계가 삼엄한 청와대를 방문했다. 청와대의 내부는 조경이 무척 아름다웠는데 특히 수령이 310년이나 되는 반송(盤松) 나무가 중앙에 떡하니 자리잡은 녹지원은 그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할만 했다.

바람에 살랑거리며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우리를 반기며 손짓하는 듯했는데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일지라도 오랜 세월을 풍파에 견디다 보면 영험한 기운이 흐르는 모양이다. 우리 아이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다.

"처음만난 청와대 신기해요"
청와대 본관 대통령 집무실을 배경으로 멋지게 사진촬영을 마치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차에 오르기가 무섭게 아이들 마음은 벌써 63빌딩에 도착한 듯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우리는 먼저 수족관을 관람했다.

가장 먼저 펭귄이 우리를 반겼는데 신기해서 어쩔 줄 모르는 아이들의 얼굴이 생기로 빛나는 듯 했다. 나도 덩달아 평소에는 징그러워서 피했을 파충류들도 왜 그렇게 귀엽게 느껴지던 지,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동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그냥 하는 말은 아닌 듯 했다.

시간 맞춰 물개쇼 등을 관람하고 우리는 전망대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여기에서도 아이들은 창가 쪽에 딱 달라붙어서 탄성을 자아내고 있었다. 무섭다면서도 바깥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여학생들의 모습이 마냥이 귀여웠다.

63층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빠른 속도로 올라온 전망대는 처음의 아찔함도 잠시, 이내 아이들은 서울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위에서 보니 자동차들도 장난감처럼 작게 느껴졌다. 여기저기서 기념촬영을 하고나니 그제서야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63빌딩에 자리잡은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우리는 오늘의 여정을 남산의 한 유스호스텔에서 풀기로 했다.

부모를 떠나 낯선 곳에서 잠을 청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힘들 법도 한데 예상보다 훨씬 적응을 잘 해줘서 고마웠다.

밤을 새면서 놀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할 순 없기에 적당히 타협해 내일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했다.

전 날 피곤했을 법도 한데 아이들은 새벽부터 일어나서 저희들끼리 웅성거리며 씻느라고 야단이다. 본의 아니게 내가 늦잠꾸러기가 돼버렸다. 우리는 아침밥을 그 곳에서 해결하고 짐을 챙겨서 숙소를 빠져 나왔다.

"모의국회 체험 재미어요"
오늘의 첫 행선지는 국회의사당이다. 이번 서울 탐방길에서 이곳이 제일 기대가 됐다. 대한민국의 나아갈 방향이 정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들도 여느 때와는 달리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안내하는 분의 설명을 주의 깊게 들었다.

특히 국회의 본회의장에는 멀티미디어 강국답게 최첨단 시설이 구비돼 있고 365일 불이 환하게 켜져 있기를 바란다는 의미의 전등이 천장에 설치돼 있다는 설명이 아이들의 흥미를 끌었다. 곧 바로 헌정 기념관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우리는 직접 법안을 만드는 모의국회 체험을 했다. 찬성과 반대의견을 가진 대표가 한명씩 발언대에 나가서 의견을 발표하면 앉아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좌석에 배치된 찬성과 반대 버튼을 눌러서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결과가 바로바로 화면에 나타나니 아이들은 신기해서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국회의 이곳저곳을 꼼꼼하게 돌아본 다음에 우리는 마지막으로 KBS방송국으로 향했다. 내부로 들어가자 여러 가지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특히 아이들은 학교에서 방송실의 경험을 떠올린 듯 뉴스진행 테이블에 앉아서 아나운서 흉내내는 것을 좋아했다.

시간 관계상 두명만 해보기로 했는데 기어코 앉아라도 보는 우리 아이들, 의지가 대단했다. 다음으로 일기예보를 하는 크로마키관의 블루스크린에 서서는 모두들 신기한 듯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곳을 끝으로 우리는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짧은 여정이었지만 아이들 가슴에는 많은 것들이 담겼으리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시종일관 아이들 곁에서 헌신적으로 보살펴 주신 영광원자력 홍보부 관계자를 비롯한 도움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는 바이다.

동명분교 최효정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