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우리들 뒤의 또 다른 모습
5월은 사랑과 은혜의 달이자 가정의 달이다.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이 들어 있는 참으로 뜻 깊은 달이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가슴에 와 닿는 날은 역시 어버이날일 것이다. 이런 날 한쪽 그늘진 곳에서 병과 외로움이 벗인 우리들의 또 다른 아버지 어머니가 계신 곳을 찾아보았다.영광읍 신하리에 위치한 ‘복음의 집’. 그곳은 아버지 여섯 분, 어머니 열한 분으로 모두 열아홉 분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곳에 계신 분들은 60세부터 100세가 넘으신 분까지 계셨다. 다행히 몸과 정신이 온전하여 집안일도 거드시고 동료도 챙기시는 분도 계시지만 대부분이 대·소변도 못 가리시고 누워 계시거나 기어다니시며 아니면 정신장애가 와 아무 분별도 못하시는 분들이었다. 이곳에 오신 분들은 자녀문제, 고부갈등 등의 가정문제로 오셨고 그중 자식을 편하게 해주려고 스스로 오신 분도 계셨다.
열아홉분 노인들의 공동체 생활
우린 보통 자식이 ‘어떻게 부모를 버릴 수 있을까’하지만 그만큼 살아가는 것이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시설로 부모를 보내고 서로 서로가 가슴 아파하는 것이 우리의 또 다른 현실인 것이다. 자식이 없는 분도 계시지만 대부분이 자식이 있고 그들이 한번씩 찾아오거나 전화로 안부를 전한다 하였다.
이들을 섬기는 서재석 목사와 부인인 류난희씨는 17년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법성 '새생명 마을'에서 목회 활동을 하다 지난해 6월부터 이곳에 와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지내고 있었다. 지금도 많은 후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에는 몸으로 직접 뛰면서 모든 것을 해결 했다고 한다.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저희들이 조금 애씀으로 해서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서로의 갈등 속에서 불화가 끊이지 않던 가정이 회복 될 수 있으니 다행이지요”라며 소외된 그들을 돌보느라 지친 어려움을 다른 이의 행복이 되는 것으로 위로하는 따뜻한 웃음으로 대신하였다. 역시 타고난 사랑을 실천하는 하느님의 사람들이었다.
학생들의 봉사활동, 이발봉사, 목욕봉사 등 자원봉사자들도 있고 단체의 규칙적인 봉사 방문도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사람을 그리워'하는 그들에겐 부족함이 많다고 하였다. 무엇보다 이들은 함께 있으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노래도 함께 하며 어깨도 주물러 달라면서 다정한 가족의 정을 가장 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람이 그리운데…'
얼마전 영광실고 2학년 학생과 군남정보산업고 1학년 학생 등 여덟 명이 작은 케익을 준비해 와 “어버이날이 다가와서 왔어요.”라며 할아버지 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돌아갔다고 했다. 봉사활동 확인서를 받기 위해 의무적인 방문을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인데 그냥 전에 한번 봉사활동을 왔던 한 학생이 친구들을 모아 순수한 사랑을 나누려고 온 마음이 너무도 예뻐 이곳 식구들은 그 학생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려는 이웃이 많다면 가족이 그리워 눈물짓는 어르신들과 이들을 친부모처럼 모시는 복음의집 가족들의 어렵고 힘든 사랑의 마음이, 더욱 넓고 아름답게 나눌 수 있는 큰 힘이 돼 줄 것이다.
돌아오면서 자녀분이 보고 싶으시냐는 물음에 “그걸 말이라고. 자식도 보고 싶지만 손주들이 더 보고 싶어”하시는 어느 어머니의 모습이 가정의 달 그리고 어버이날의 행복한 가정들의 웃음이 죄송하게 느껴지는 그런 헤어짐이었다. 복음의 집 이외에도 우리 관내의 노인생활시설로는 비룡양로원, 홍농 사랑의집, 그리고 이제 노인들을 모시기 시작한 감사의 집 등이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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