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탐방 87 / 백학2구 성산여자경로당<영광읍>

요즘 농촌지역은 바쁜 농사일로 정신이 없다. 하지만 이곳 경로당은 읍내에 위치해 있고 어르신들이 연로한 탓에 농번기의 분주함보다는 노년의 쓸쓸함이 자리를 함께 하며 고요했다.
백학2구 성산여자경로당은 1층은 남자 어르신들이 사용하고 리사무실로 사용하던 2층을 6년전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방 한개와 주방, 화장실 등이 갖춰진 이곳은 50여명의 회원이 사용하기에는 약간 비좁아보였지만 어르신들은 불편함보다는 서로간의 위안에 무게를 두고 큰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았다.
매월 10일 월례회의를 치르고 회비 3,000원을 걷어 정부보조금을 더해 운영되고 있는 이곳은 전체 어르신은 아니지만 1년내내 일부 어르신들이 모여 점심을 나누고 있다.
여느 농촌에 위치한 경로당은 대부분 회원이 농사를 지어 자발적으로 식량을 보태고 있지만 이곳은 농사를 짓는 회원이 없어 식량에서부터 모든 식재료를 구입해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래도 인정많은 어르신들은 각자 조금씩 반찬 등을 돌아가며 보태 나름대로 풍족한 식단을 꾸려가고 있다.
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박필례(71) 어르신은 “여자노인들만 모여 있어 밥해먹고 치우는 것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모두 나이들고 병들어 몸이 성치 않아 늘 걱정이다”며 “특히 경로당이 2층에 위치해 오르고 내리는데 큰 불편함이 있고 위험해 걱정이 많다”고 애로점을 털어 놓았다.
이곳은 읍에서 실시하는 공공근로사업 등에 참여하는 일부 젊은 어르신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어르신들이 연세가 들어 특별한 노동을 하고 있지 않다. 그 중에서도 활동이 가능한 어르신들은 게이트볼이나 노인대학, 노래교실 등을 다니며 여가를 활용하고 있었으며 이곳에 모여 화투놀이, 농악, 노래 등을 즐기며 하루를 채워가고 있었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기관에서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 실시하는 노인체조, 요가 등을 배우며 남은 건강이라도 지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오히려 농촌에 위치한 경로당보다 자녀, 향우 등 외부의 관심이 적은 편인 이곳은 그나마 마을부녀회에서 명절이면 음식을 장만해 어르신들을 대접하며 효를 실천하고 있어 위로가 되고 있다.
이처럼 형편이 그리 여유롭지 않은 상황이지만 어르신들은 적은 용돈을 털어 봄과 가을철 야유회를 다녀오며 황혼의 우정을 다져나가고 있다.
“영감도 죽어불고 자식들도 멀리 있어 심심헌디, 이곳 경로당이라도 있어 나와 놀수 있응게 얼마나 좋은감.” 어르신들의 가슴 찡한 소박한 목소리가 오래도록 건강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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