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효녀죠"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효녀죠"
  • 영광21
  • 승인 2003.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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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공덕<홍농새마을금고>
오늘은 유난히도 햇빛이 강하게 내리 쏟는다. 판판한 하늘이어서 울퉁불퉁한 땅이나 산은 뚝 떨어지게 만들었을까? 법성에서 구암천을 막 지나자 콧속으로 풀 내음이 쑤~욱 들어와 세워 입은 남방 칼라에 살포시 앉는다.

이틀이 멀다하고 밤마다 구름 긁어다 초가집 처마 밑에 갔다놓은 항아리에 빗물 넘실넘실 채워주면 꽃가루에 흠뻑 묻어 말라버린 토방걸레도 빨고… 오는 비를 어떻게 말리랴. 보리모가지가 겨우 비집고 나왔는데 여물지 않고 껍질만 무성케 될까 염려하는 농부의 한숨소리가 발등에 내려 발등 깨질까 걱정이다.

1982년에 처음 문을 연 홍농새마을금고(이사장 최병문)는 올해 21년째를 맞았다. 이곳에 근무하는 민공덕(25)씨. 그녀가 입사한 것은 1999년 타 회사에 근무를 하던 중 할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내려와 고향인 홍농에서 부모와 함께 살면서 다닐 직장을 구해야겠다는 것이 계기가 되어 홍농새마을금고에 입사하게 된 것이다.

공덕씨는 부친을 여의고 농사일에 종사하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그것은 3남매의 막내지만 딸이기에 더 가능한지도 모른다.
"4,300여명의 조합원들 비위를 맞추느라 수고가 참 많다"고 한 조합원이 말한다. 다른 지역과는 조합원들의 특성이 다를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것과는 달리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상업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많아 성격상의 특성은 있지만 그래도 홍농 원주민들이 많아 심한 것은 아니라고 공덕씨는 말한다.

민공덕씨는 가정에서도 효녀라고 소문났지만 새마을금고에서도 고객과 좋은 사이로 이름이 나 있다. 마침 술에 만취가 된 고객이 찾아 왔다. 그리 심한 말은 아니었지만 자꾸 심술을 부려도 웃음으로 대처하며 달래서 집으로 귀가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그녀를 본다. 인사도 굵직한 목소리로 "조심하세요"로 표현하는 그녀의 볼엔 작은 홍조가 띄어 있다.

영광을 자랑 할 것이 없냐고 물었더니 "여행가서 식당에 가잖아요? 그럴 때 영광과는 달리 인심이 너무나 좋지 않아요. 그래서 좋은 인심이 우리 영광의 자랑거리라고 생각해요" 배우고 싶은 것도 많지만 위치적인 여건 때문에 그럴 수가 없는 것들이 많다고 아쉬워하는 그녀다.
박 청 기자 pc21@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