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주)신일이라는 중견 건설업체가 최근 어음 37억원을 막지 못해 부도 처리되었다. 이보다 앞서 보름전에는 한승건설 또한 30억원의 융통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부도처리되는 일이 있었다.(주)신일은 2006년도만 해도 매출액이 4,300억원에 이르렀고, 순이익을 180억원이나 내는 등 2년 연속흑자를 낸 상당히 견실한 주택 건설업체에 해당된다. 한승건설 역시 지난해 매출액이 2,160억 원에 순이익을 85억원이나 낸 이른바 업계에서는 잘나가는 축에 해당하는 건설회사에 속한다.
이렇게 잘 나가던 건설회사들이 불과 보름사이에 잇따라 맥없이 부도를 내고 쓰러졌다. 이렇게 연쇄부도가 난 원인은 추운 겨울처럼 꽁꽁 얼어붙은 지방 아파트 분양시장 때문이다. 신일의 경우 대구광역시를 비롯한 지방 곳곳에 짓고 있는 분양률이 30%에도 못 미칠 정도로 심각한 미분양 사태를 겪어왔다.
지난달까지 전국적으로 따지면 아파트 5만1,000여가구가 미분양 상태인데 그 대부분이 지방에 있는 아파트들이다.
정부가 지난해에 연이어서 발표한 부동산가격 안정화대책으로 주택자금대출이 대폭 강화되면서부터 지방 아파트 분양시장의 침체는 이미 예고되었다고 하겠다.
이 때문에 지방 건설업체들 사이엔 2007년 초부터 도산위기가 엄습하였다. 신일과 한승건설의 부도에 이어서 3~4개 건설업체가 곧 쓰러질 것이라는 소문이 업계에는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한승건설과 신일이라는 두 중견 주택건설업체의 부도는 잘 나가던 업체가 일시적인 자금난에 부딪쳐서 발생한 흑자 도산이라는 점에서 전적으로 기업의 책임으로만 내몰 수 없는 구석이 군데군데 놓여 있다.
연속되는 건설회사의 도산이 사회에 가져올 파급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신일이라는 한 회사가 건설 중인 아파트는 전국 16곳에서 8,500가구에 이르고 있고, 1만여 가구나 되는 주공아파트 공사를 떠맡고 있어 당장 공사 차질이 심히 우려된다.
또 협력업체들의 연쇄부도도 많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오는 9월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건설업체의 자금사정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여서 걱정이 태산이다.
이러한 업계의 연쇄부도를 막을 수 있는 길은 지방 아파트 분양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길뿐이다.
그 길은 정부와 금융기관이 투기우려가 있는 곳의 주택자금대출은 계속 철저히 규제하되, 이미 과열지역이 아닌 곳은 신속히 규제를 풀어서 은행에 묶여 있는 자금을 실제로 수요할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어려운 지방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 못지않게 건설경기를 살리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더욱이 주택건설산업은 지방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정부는 지방 아파트 분양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는 정책을 서둘러 내놓아야 할 것이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지방화 시대에 돌입하는 마당에 지방경제를 어렵게 하는 각종 규제와 잘못된 관행들은 과감하게 뜯어고쳐야 한다.
이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계속 되어서는 안 되고, 빈대를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전부 태우는 어리석은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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