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지은 농산물이 제값으로 팔리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지”
“농사지은 농산물이 제값으로 팔리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지”
  • 박은정
  • 승인 2007.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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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발전 일구는 사람들 / 영광농협 불갑지소 순용리영농회
가을비가 걷힌 들녘은 곡식이 무르익으며 풍년을 예감하고 있다. 도로변으로 고개 숙인 벼가 마을 어귀를 지키고 있는 불갑면 순용리. 순량과 월산마을이 합해져 이뤄진 이곳은 30여가구에 6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작고 아담한 마을이다. 그중 25명이 영농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영광농협 불갑지소 순용리영농회(회장).

“우리 마을은 마을이 크지 않고 사람도 얼마 안살아 오붓하고 정도 그만큼 깊어”라며 화합하는 마을분위기를 전하는 회원들. “젊은 사람 한두명 빼고는 60대가 동네 막둥이여"라며 한바탕 웃어 재치는 이곳 회원들은 벼와 고추를 주요 농작물로 재배하고 있다.

회원들이 말하는 일부 젊은 농군을 제외하고는 평균 3~4천여평의 농사를 지으며 생활을 이어가는 이곳 회원들은 “농사가 잘 지어져 한시름 놓고는 있지만 점점 떨어지는 쌀값은 물론이고 올해는 고추시세마저 없어 농사지은 재미가 없다”며 “게다가 한미FTA협정으로 인한 쇠고기수입으로 한우값마저 하락해 기댈 때도 없고 걱정이다”고 처한 현실을 토로했다.

가뜩이나 젊은이들이 모두 살길을 찾아 도시로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 미래를 향한 비전의 길이 막히며 점점 황폐해져가는 가슴 아픈 농촌현실속에 ‘첩첩산중’이라고 했던가, 해가 가면 갈수록 꼬여가는 농업정책으로 농심은 애가 타고 있다.

“저희 마을은 올해는 다행이도 함평종자보급소로부터 채종포로 27ha가 지정돼 수매의 어려움은 덜게 됐다”고 밝히는 조성대 영농회장은 “주민 대부분이 고령화된 데다가 농산물가격이 점점 하락하고 있어 걱정이 많은 상황속에 마을주민들은 벼나 고추 등을 농협과 계약재배하고 메주콩이나 서리태 등 소량 재배한 잡곡들도 농협을 통해 수매하고 있다”며 “농협에서는 농자재공급이나 수매 등 농민의 편의를 위해 나름대로 힘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보다 실질적으로 농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체계가 절실한 상태다”고 밝혔다.

요즘 농촌마을은 도시의 기업이나 주민들과 1사1촌을 맺거나 자매결연 등을 맺어 부족한 일손을 지원받고 정성 드려 지은 농산물을 그들을 통해 직거래로 판매하며 조금 나은 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우리 마을도 도시사람들에게 직접 농산물을 판매하면 좋겠구먼. 힘들게 농사지어 제값을 받지 못하고 팔 때면 얼마나 속상한줄 알어”라며 여름농사로 검게 그을린 얼굴로 희망을 내비치는 회원들.

농촌은 우리의 부모가 살고 있는 곳이고 영원한 마음의 안식처다. 암울한 현실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농촌이지만 평생을 살아온 터로 소중히 여기며 환하게 밝아지기만을 소원하는 이곳 순용리영농회원들의 간절한 바램을 바라보며 새삼 고향을 돌이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