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에 의해서는 취재 선진화를 완성할 수 없다
강압에 의해서는 취재 선진화를 완성할 수 없다
  • 영광21
  • 승인 2007.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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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국정홍보처가 11개 정부부처 기사송고실의 인터넷서비스를 차단한데 이어서 송고실 출입문을 걸어 잠궜다. 정부의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따른 조처라고 하면서 취한 조치이다.

KBS와 MBC, SBS 등 여섯개 방송사 기자협회와 과천청사 9개 부처 기자단 등은 성명을 내고 '언론탄압 책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일부부처 출입기자들은 기사송고실 출근투쟁을 선언해 건물 복도와 로비에서 기사를 작성하고 송고하는 진풍경까지 연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단체들은 물론 정치권에서 각당 대선 후보들까지 반대하는 일을 합리적인 논의와 입법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이처럼 강행한 것은 민주주의가 가장 경계해야 할 독선과 아집이 빚은 결과라고 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정부의 이번 조처는 취재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고 송고하는 공간을 폐쇄했다는데 그치지 않는다.

공무원이 기자의 취재에 응하려면 공보관실과 사전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당초 규정은 삭제됐다고 하지만 관행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서 더욱 문제다.

기자와 공무원의 만남이 이런 조처로 원천봉쇄된다면 이는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뉴스는 현장에서 당사자 취재를 통해 생산되는 것이다.

기자들을 합동 브리핑센터에 몰아넣고 해당부처 취재를 봉쇄한 환경에서 정부부처의 일방적인 발표만으로는 깊이있고 생생한 뉴스는 만들어질 수 없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국정운영의 감시자로서의 언론의 역할은 이 같은 환경에서는 더 이상 수행될 수 없게 된 것이다. 국민의 기본권인 알권리를 제한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를 접하면서 과거 군부 독재시절의 언론검열과 언론사 통폐합의 망령을 떠올리는 것이 괜한 기우에 불과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또 정부의 이런 일련의 조처들이 임기말 언론 비판으로부터 보호막을 치려는 의도라는 일반화된 비판이 오해이길 바란다. 이번 조처가 시급한 국정에 써야 할 예비비를 60억원이나 들여가면서 진행해야 할 국가 중대사인지도 의문이다.

이번 사건은 무엇보다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을 언론계 자율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어서 사태가 커진 것이다. 솔직히 언론도 잘못이 있지만 대통령의 인식과 정부의 추진방법이 더욱 큰 문제다. 언론 문제를 언론계와 충분한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니까 무리수가 나오고 기자들의 반발도 정도 이상으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기자실 통폐합과 전자브리핑제 도입을 내용으로 한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이 처음 발표됐을 때만 해도 언론계 반발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불만은 있지만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일정시점까지 보도를 유예하는 엠바고 파기시 정부가 제재를 가하고 취재원 접근시 홍보관리관을 경유하게 하고, 면담장소를 제한하겠다는 등의 총리훈령안이 나오면서 기자들의 감정이 폭발했다.

정부의 조처가 이대로 강행된다면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언론사에 매우 부끄러운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될 것은 분명하다.

정부는 취재활동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모든 조처를 더 늦기 전에 철회하기 바란다. 그래서 참여정부 5년 역사의 막바지에 커다란 오점을 남기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