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다섯돌 기념사
독자와 주민 그리고 타향에 계신 향우님께 인사 올립니다. <영광21>이 한살 더 먹어 창간 다섯돌을 맞았습니다. 창간 다섯돌을 맞는 오늘 그동안 음으로 양으로 보내주신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한 학년을 정리하던 고교 1학년 2학기말 성적표를 받던 때가 기억납니다. 당시 한 반엔 요즘과 달리 60여명의 학생들로 넘실댔는데 제자들에게 성적표를 나눠주던 이아무개 은사님께서 “행동발달사항을 보면 거의 대부분 ‘가’로 돼 있다. 그것은 여러분의 현재 모습이 그런 학생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좋게 나왔다고 느끼는 사람은 선생님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평가해 준 것이기에 앞으로 더 노력해달라”고 했던 말씀이 20여년이 흐른 지금에도 간혹 떠오릅니다.
당시 행동발달사항은 몇가지 부문별로 나눠 ‘가’ ‘나’ ‘다’로 평가됐는데 ‘가’점이 좋은 점수였습니다.
창간 다섯돌을 맞아 각계각층 어르신들의 축사를 접하며 마음이 무겁습니다. 언론의 원론적 역할에서부터‘지역’신문으로서 해야 될 사명, 그동안 <영광21>이 걸어온 길에 대한 자세와 앞으로의 역할 등 현재의 모습보다는 너무나 과분한 평가와 기대에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영광21>의 현재적 모습이기보다는 기대하고 성원하는 마음을 애둘러 표현했다고 보기 때문에 고교 시절 이야기를 꺼냈던 것입니다.
창간 다섯돌을 돌이켜보면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영광21>이 과연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생존의 문제에서부터 고질적인 대내외적 문제까지, 과거형도 있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영광21>이 하나둘 앞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다섯이면 꺾어지는 ‘범위’에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도 있을테고 초창기의 치열함이 예전만치 못한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도 있을 것입니다.
창간 다섯돌을 앞두고 그동안의 창간기념사와 창간 당시를 되돌아 봤습니다. 그중에서도 5년전 독자 여러분과 첫 대면했던 창간호에 기존의 언론행태를 지적하며 대안매체로 새롭게 창간하게 된 배경을 밝힌 <기존의 질서와 대안>이라는 글이 마음속에 다가왔습니다.
<영광21>에 유·무형으로 나타나는 단편들을 확대해석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마음은 항상 창간 당시의 초심을 잃지 말자고 되뇌이지만 현재의 모습이 어느덧 기득권화된 언론행태를 보이는 것 아니냐 하는 자격지심 때문입니다.
본사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1960∼70년대 밟아왔던 성장제일주의와 같은 길을 답습해 왔습니다. 열악한 자산과 인적 구성의 한계가 있었지만 외형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외형을 키우는데 주력해 왔습니다. 그로 인해 창간 당시 100원대였다면 지금은 500∼600원대의 경영규모로 확장됐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인적 구성의 한계로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의 신문제작에 급급한 채 전문인력 양성과 후진 확보 등 연속적인 내부변화를 추구하지 못한 가운데 어느덧 부분 부분의 단편들이 사풍(社風)으로 자리잡아 기존의 질서에 하나둘 편입되는 모습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현재의 모습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는 대외적인 여건도 극복해야 할 현안이지만 대내적 성장을 위한 자기노력과 고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것을 감히 고백합니다.
오늘 알을 낳는 어미 닭의 모습은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의 어제의 아픔이 있었기에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보전진을 위해 일보후퇴 하더라도 양보다 질로서 독자 여러분께 다가서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오늘의 기사 한줄 한줄이 내일의 역사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상황과 여건에 매몰되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
또한 지난 5년간의 기득권을 버리고 창간당시의 하고자 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정론지로서의 소임을 다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독자와 주민, 향우 여러분들의 끊임없는 감시와 비판의 채찍 달게 받겠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께 받은 마음 하나하나 잊지 않겠습니다. 앞으로도 변치않는 성원과 관심 부탁드리며 가정과 사회에 건강과 평화가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세환 발행인·대표이사
저작권자 © 영광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