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농사, 저농약에서 무농약재배로 전환한다"
"내년 농사, 저농약에서 무농약재배로 전환한다"
  • 영광21
  • 승인 2007.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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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발전일구는 사람들 / 추수끝낸 친환경농업단지 백수 한시랑마을
영산성지를 지나는 길에는 철 지난 해당화가 길 양편에서 손짓하고 노란 은행잎들이 발 밑에서 늦가을의 정취를 불현듯 떠올려주고 있다.

친환경농업단지라는 말만 듣고 소소하게 찾아간 백수농협 구수2리 영농회(회장 김이균). 너른 평야에는 추수를 끝낸 논들이 내년 농사를 기다리고 집집마다 감나무에는 먹음직스런 단감들이 주렁주렁 열려있는 물 맑기로 소문난 한시랑마을.

한시랑마을은 2005년 친환경농업단지로 지정돼 친환경인증미를 출시, 전남쌀 베스트10에 3년 연속으로 선정되고 더 나아가 전국 12대 우수브랜드쌀에 2년 연속 선정된 명품쌀 <사계절이 사는 집>을 전량 백수농협과 계약재배로 생산하는 풍광이 뛰어난 마을이다. 유기질비료와 함께 현미겨를 이용해 잡초를 억제하는 쌀겨농법에서 시작한 친환경농법은 3년전부터 우렁이농법으로 제초제를 대체했다. 내년부터는 목초액, 키토산 등으로 저농약에서 완전 무농약 재배로의 전환을 추진중이라는 김이균(60) 영농회장과 김일만(65) 이장의 얼굴에는 자신감과 함께 결의까지 비친다.

현재 30여 농가가 110㏊에서 고품질쌀을 생산하기 위해 백수농협과 긴밀한 협조속에 종자의 선정부터 수확시기 및 1일 출하량까지 세밀한 점검을 하고 있다. 또 추수 이후에도 곡물 냉각기를 이용해 수분 16%, 곡물온도 5℃ 로 중저온 저장함으로써 쌀의 맛과 영양분을 그대로 유지시켜 사계절 내내 햅쌀 맛을 유지하도록 하는 냉각쌀 <사계절이 사는 집>은 현재 롯데백화점,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등으로도 공급돼 전남쌀의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고.

이와 함께 구수2리 영농회에서는 주기적으로 토양내 유기물 함량과 잔류농약검사를 실시해 자체적으로 친환경 여건을 마련하려고 노력하며 벼농사 외에 대표작목인 고추농사에서도 제초제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유기질 비료로만 재배하고 있다고 전해준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생산과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모양이 깨끗하고 반듯한 상품만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유통과 판매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어 농촌현실의 단면을 엿볼 수도 있었다.

문득 다른 곳과는 달리 논바닥이 아직 그대로여서 김이균 영농회장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20㎝ 이상 깊이로 논바닥을 갈면 유기질이 다 흩어져 좋지 않고 그대로 놔두어도 벼뿌리들이 온전히 썩기 때문에 괜찮다"며 웃음 짓는다. 해박한 지식에 고개를 끄덕이자 농촌도 변해야 한다면서 배우는 자세를 강조하는 마음이 젊은 영농회장.

아름다운 한시랑마을이 농촌현실의 어둠속에 젖어들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더 나아가 우리 농촌의 앞날이 결코 어둡지만도 않은 것도 항상 함께 연구하며 도전하는 영농회원들과 뒤에서 든든하게 버팀목 역할을 다하는 이들이 있어 가능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