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부모가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식, 부모가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 박은정
  • 승인 2007.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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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남면-김문식
산과들을 오색물결로 장식하던 낙엽이 한잎 두잎 바람에 흩날리며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농촌은 눈만 뜨면 들로 향했던 어르신들이 잠시나마 여유를 찾아가고 있지만 농번기에 지친 여독이 육체를 힘들게 하고 있다.

‘자식농사’ 참 어려운 농사다. 기대와 뜻에 부응해 순탄하게 자라주는 자식이 있는가 하면, 전생에 청개구리였던지 매사 반대로 행동하며 부모 마음을 꾸준히 애타게 하는 자녀까지, 세상부모라면 둘중 동감할 부분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 본다.

1남2녀 자녀를 둔 김문식(61)씨. 군남면 양덕리 갑촌마을에 살고 있는 그는 살면서 가장 힘들다는 자식농사에 풍년이 들어 기쁨이 넘친다. 그도 그럴 것이 큰딸은 농협에 근무하고 막내딸은 서울 종합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며 둘째인 아들은 지난 2년전 사법고시에 합격해 연수원 졸업을 앞두고 있다.

지금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외부에 마을을 알리며 발전을 모색해 나가고 있지만 몇해전만해도 산중마을 이었던 용암리가 고향인 김 씨는 24년전 양덕리로 이주해 와 살고 있다.

오랜 세월 정착해 살면서 마을이장과 영농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논농사 8,000여평과 밭농사를 지으며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

군남면의용소방대 새마을지도자회 등 지역단체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워낙 차분하고 성실한 터라 주로 단체의 총무를 맡아 활동하며 신망이 두터운 사람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군남면바르게살기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선광 어르신은 “평소 생활함에 있어 매사 정확하고 부지런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리 넉넉하지 않은 농촌생활에서도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고 자식도 훌륭히 키워냈으니 나무람이 없는 사람이다”며 “부창부수라고 그의 아내 또한 얌전하고 행실이 올곧아 마을에서 칭찬을 많이 듣고 있다”고 김 씨 가정을 표현했다.

이렇게 부부간에 덕을 베풀고 참 생활에 본보기를 보여준 김 씨는 지난 10월 한국효도회에서 수상한 장한어버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는 시상식에 참여도 안했습니다. 뭐 한일이 있어야지요. 부끄럽고 송구스러워 몸들 바를 모르겠습니다”라며 겸손함을 내비치는 김 씨는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나 백수 죽사리가 고향인 아내를 만나 살면서 아이들에게 그 흔한 학습지, 학원 하나 보내주지 못했습니다”라며 “이런 상황속에서도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할일을 잘해주었고 사법고시에 합격한 아들 또한 법관의 꿈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한 결과이지 부모로서 특별히 해준 것이 없습니다”라고 전했다.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 종료와 더불어 겨울방학을 앞두고 고액과외가 성행하고 있는 시점에 김 씨 자녀들이 보여준 결과는 그래서 더욱 값진 것.

“제 아이들이 잘난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의 관심과 도움이 컸기 때문이다”며 “자라면서 받은 사랑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정직하고 참된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자식에 대한 당부를 잊지 않는 김 씨는 거창한 가르침보다는 사는 모습 그대로를 맑은 거울처럼 보여준 훌륭한 아버지임에 틀림없는 사람이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