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을 맞는 나라의 새역사를 꿈꾸다
환갑을 맞는 나라의 새역사를 꿈꾸다
  • 영광21
  • 승인 2008.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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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이 2007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자기기인(自欺欺人)을 선정했다. '스스로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뜻이니, 한마디로 '거짓이 넘쳐흐르는 세상'을 개탄하는 말이다. 작년에는 '밀운불우(密雲不雨)', 즉 '구름이 잔뜩 끼었으나 비는 내리지 않는다'를 선정했는데, 결국 자기기인이란 비가 쏟아진 셈이다.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세태다.

도둑놈이 도둑질을 한 것이 아니라 잠시 빌렸을 뿐이라고 거짓말하고, 투기꾼이 투기가 아니라 투자를 했을 뿐이라고 거짓말하고, 탈세범이 탈세가 아니라 절세를 했을 뿐이라고 거짓말한다. 어찌나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하는지 정말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신문의 인터뷰에서도 거짓말하고, 텔레비전에 나와서도 거짓말한다. 재벌과 정치인은 당연히 거짓말하는 존재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보니 국회에 대한 신뢰는 18%에 불과하고, 행정부에 대한 신뢰는 33%에 그치고 심지어 법원에 대한 신뢰마저 겨우 48%에 이르는 수준이다. 여러가지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2008년이 시작되었다. 올해는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으로 나라가 환갑을 맞는 해이다. 환갑이란 삶의 주기가 새로 시작됨을 뜻한다. 마침 새 정부도 출범하게 되어서 2008년 무자년은 새롭게 출발하는 해라 하겠다. 4월에는 총선까지 있으니 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다.

새출발은 과거의 바탕에서만 가능하다. 지난 60년간 우리는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 나라를 지키고 가꾸었다. 식민지배와 전쟁의 폐허에서 안간힘을 다해 오늘을 일구었다.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바라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는 어느 외국 기자의 비아냥거림을 받으면서도 우리는 남부럽지 않은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일찍이 공자는 60이면 귀가 순해진다고 말했다. 아집을 버리고 사리를 분별해 남의 말을 들을 만큼 성숙한다는 뜻이다. 고난과 성취의 60년이 우리를 성숙케 하고 우리의 뚜렷한 정체성도 갖게 했다. 경제적인 안정과 민주주의 토대에서 전통문화를 이어받고 다시 창조해 세계 곳곳에 한류를 일으켰고 우리의 독창성과 자긍심을 과시했다.

물론 고난의 역사에는 숱한 아픔들이 있었다. 아직도 많은 상처가 남아 있다. 그러나 이제 그 아픔을 되새길 것이 아니라 상처들을 하나씩 고칠 때가 되었다. 서로 이해하고 보듬으며 서로 돕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키우는 요체요, 우리 모두를 위한 효율적인 투자인 것이다.

경제, 과학기술, 예술, 스포츠분야 등에선 많은 것을 성취했다. 그러나 윤리라는 측면에선 아직도 후진국에 해당한다. 지난해에는 거짓과 무고가 판을 쳤다. 서로 속이고 헐뜯으면 우리 모두가 손해를 본다. 경제, 기술, 민주주의가 아무리 발전해도 질서가 없고 문화가 후진하면 그 가치가 사라진다.

새 정부에 거는 기대도 아주 크다. 정부가 모든 것을 다 결정하고 모든 책임을 다 지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시민들도 이제는 자기 권리만 찾지 말고 이웃을 배려하고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금년에는 속이는 공직자나 멱살잡이 하는 정치인이 사라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