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의 일방적 희생강요는 어불성설
사회적 약자의 일방적 희생강요는 어불성설
  • 영광21
  • 승인 2008.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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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 박찬석 편집인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긍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인 행동을 불러오고 그것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며 국내외에 직면한 여러가지 어려움을 언급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설 테니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해 달라는 취지로 태안 자원봉사자의 예를 들었다.

어려움을 함께 극복한 예로 손색이 없다. 태안에는 삶터를 복구하기 위해 밤낮없이 기름을 닦아내는 수많은 어민의 의지가 있었고 바쁜 일상을 쪼개 복구작업에 동참한 100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있었고 이로 인해 자연생태계가 다시 살아나는 희망도 있었다. 그러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태안 기름유출 사고를 저지른 자다.

아니 저지른 자는 있지만 누구라고 손짓하길 꺼리고 있다. 단지 절망에 빠져 자살한 어민의 장례식장에서나 “아이고! 어쩔거나?”라는 탄식을 하고 있을 뿐이다. 언론도 눈길조차 주기 부담스러운지 애써 피하고 있다. 억울하게도, 그 피해자는 자연생태계와 삶터를 잃은 어민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로 대거 참여한 노동자, 서민들이다.

이명박 정부는 본질적으로 기업과 자본가를 우선하고, 그런 뜻을 수차례에 걸쳐 천명한 바 있다. 정책의 초점이 가진 자를 위한 방향으로 급격히 전환하고 있는 사실로 보아 더 명백해 졌고 더욱이 당선자가 전국 상공회의회장단 신년인사회에 참석해“노동자들이 태안 자원봉사자처럼 자세를 바꿔야 경제가 좋아진다”라며 노동자들이 먼저 희생할 것을 주문했다.

사회적 약자더러 먼저 양보해 달라는 말이니 기가 막히다.
그동안 나라가 어려울 때 나라가 요구하지 않더라도 희생해 주고 희생당한 사람들이 누군가.

그런데 또 희생해 달라는 연장선에서 당선자는 태안 자원봉사자의 예를 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선자의 정책과 말, 행보를 보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극히 미미하다.

IMF 사태의 결과는 어땠는가. IMF 사태에서도 저지른 자의 책임은 없었다. 오히려 저지른 자로 지목되는 자들은 국민의 세금인 막대한 공적자금을 먹고 회생했으나 희생한 사회적 약자들은 아직도 혼수상태다. 극복의 열매는 저지른 자들의 몫이 되었는데 그들을 회생시킨 사회적 약자들에게 또 희생을 하라고 종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저는 항상 근로자가 경제살리기의 매우 중요한 동반자라고 생각해 왔다. 이 시대는 기업가이든 근로자이든 역사의 순리를 거스를 수는 없다. 노사가 힘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하고 발전을 이루어낸다면 저는 그 혜택이 공평하게 돌아갈 여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 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분명한 근거나 약속을 발견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마디로 당근도 약속도 없다.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에게 앞선 희생을 요구하고, 만일 잘못된다면 나중에 희생을 담보로 삼으라는 정책으로 일관되고 있다.

사회구성원의 일방에게 희생을 종용해선 안 된다. 이래서는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렵다. 더 참으면서 일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환란을 이긴 열매는 저지른 자들이 독식했지만 그 책임은 지지 않고 이제 와서 또 먼저 희생해 달라는 그 ‘싸가지없는 심보’가 괘씸해서다. 앞으로는 사회적 약자들의 상처를 어떻게 어루만질 것인가라는 정책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