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을 일구는 여성 - 구미숙<대마면>

마을 안길을 따라 도착한 언덕 위 집에서 만난 구미숙(51)씨. 그의 집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모여 따뜻한 방에서 몸을 녹이며 정겨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헐일도 없고 심심해 나왔구먼. 이집은 마을 사랑방이랑께”라고 발그레한 얼굴로 웃음을 보이는 어르신들이 편안해 보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시중을 들며 행복한 미소를 띠우고 있는 구 씨는 3년째 부녀회장을 마을 아낙들을 리더하고 있다.
“IMF를 찾아온 무렵 남편이 먼저 고향에 내려와 소를 키우기 시작했지만 혼자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 뒤따라 내려왔습니다”라고 농촌생활을 하게 된 동기를 밝힌 충남 서천이 고향인 구 씨는 안산에서 도시생활을 하다 9년전 남편의 고향으로 귀향해 살고 있다.
“남편이 나고 자란 곳이기는 하지만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어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라고 초창기 어려움을 밝힌 구 씨는 “하지만 마음을 못 잡고 갈등할 때마다 마을 어르신들이 부모 또는 형제처럼 저를 위로하고 감싸줘 위기를 극복했고 지금은 농촌 생활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안주된 일상을 밝혔다.
마을 어르신들은 “젊은이들이 모두 농촌을 떠나가는데 이렇게 도시에서 내려와 살고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감. 게다가 5년전 큰 암수술을 받아 주머니를 통해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시어머니를 정성껏 봉양하고 있어 얼마나 기특한지 몰라”라고 구 씨를 칭찬했다.
일찍이 결혼해 2남1녀의 자녀를 모두 출가시킨 구 씨는 남편과 마을 어르신들을 섬기며 50여두의 한우를 사육하고 논농사 일부와 고추 양파 소먹이 등을 재배하는 밭농사를 지으며 새록새록 행복을 만들어 가고 있다.
구 씨는 “시골에 내려와 농사를 지어보니 왜 농민들이 농사를 짓는지 알겠더라구요. 씨를 심어 가꾸며 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볼 때면 꼭 자식을 기르는 마음 같더라구요”라며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촌이 하루빨리 제자리를 찾아 평생 농촌을 지키며 살아온 어르신들이 보람된 황혼을 맞이하길 바란다”고 소망을 전했다.
48가구에 1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평금마을에 안정적인 뿌리를 내리고 지금껏 받았던 이웃들의 정을 다시 갚아 나갈 것을 약속하는 구 씨는 오는 3월 향우들을 초청해 잔치를 베풀 계획을 두고 벌써부터 주민들과 마음의 준비가 한창이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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