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 칼럼 - 박찬석 편집인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모든 언론이 앞을 다투어 집중보도를 하고 있어서 식상할 수도 있지만 숭례문 화재는 너무나 큰 사고이며 중요한 사건인지라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국보 1호’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있지만 순식간에 벌어진 화재로 영영 우리 곁을 떠난 숭례문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할 것인가?
말로는 대한민국의 상징이고 국보 제1호이며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목조건출물의 상징이라며 각종 국가홍보 영상물의 첫 장면을 장식했던 숭례문이 너무나 어처구니없이 사라졌다. 선조들은 모두 흙속에 묻혔지만 크고 작은 전쟁에도 굴하지 않고 600년을 넘게 장엄한 아름다움으로 우뚝 서서 ‘나는 너희들의 살아있는 과거이며 살아있는 역사’라는 것을 표징했던 숭례문이 우매한 한 인간의 소행으로 불과 5시간만에 사라지고 말았다.
결코 일어나선 안될 사고라서 차라리 눈을 감고 싶은 심정이었다. 국보 1호가 화염에 휩싸여 무너져 내리고 결국 숯덩이로 변한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국민의 심정은 비통하기 이를 데 없다.
문화재는 나만의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귀중한 민족유산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후손들에게 죄인이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 지정 문화재 가운데 목조건축물은 약 1,600여 개에 이른다. 국보가 22개, 보물이 100여 개 그리고 나머지는 중요 민속자료와 기념물 등이다. 이들은 오랜 세월 동안 목재가 마를 대로 말라 화재에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3년전 낙산사 화재로 뜨거운 맛을 본 문화재청은 목조문화재에 대한 방재 시스템을 구축중이다.
수막설비와 경비시설을 갖춘다고 요란을 떨고 있다. 하지만 침입자에 즉각 대처하지 못하거나 이번처럼 불을 뻔히 보고도 끄지 못하는 소방은 방재가 아니다. 근본적인 대책이 원점에서 다시 세워져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보 1호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괴감보다는 어떻게든 변명을 하고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골몰하는 담당자들의 꼬락서니를 보면서 아직도 우리는 멀었다는 생각이 앞서 복창이 터진다.
단지 인간이 편리해져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문화재가 훼손이 되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삶의 터전인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쯤은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족속들의 심보를 이번 기회에 대거 수술을 해야 한다.
숭례문 소실에 비할 바도 아니고 약간은 궤를 달리 하지만 지금 법성포에서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의해 천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항구가 매립되고 있다.
말로는 ‘진내지구 공유수면 매립공사’라고 그럴싸한 포장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세월동안 자연과 역사가 빚어낸 아름다운 법성포를 무참하게 파묻고 있다.
모름지기 항구를 개발한다고 하기 위해서는 바다를 살려야 하는데 바다를 죽이면서 아름다운 항구를 만들겠다고 하니 도무지 납득을 할 수 없다. 법성포와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법성포를 다녀가면서 “이제 법성포는 끝났구만”하고 무심코 던진 한마디 말이 가슴을 후빈다.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바다를 죽이면서 법성포에 ‘동양의 나폴리’를 건설하겠다고 하는 것인지 얼빠진 인간들의 뇌를 당장에라도 해부해 보고 싶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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