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차분하고 신중한 행보
이명박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차분하고 신중한 행보
  • 영광21
  • 승인 2008.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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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 박찬석 편집인
2월18일 오후 8시 기존 정부조직법에 따라서 장관 인사명단을 발표하는 이명박 당선인의 긴장된 표정과 떨리는 목소리는 마치 이명박 정부의 속사정을 가늠하게 하는 척도처럼 여겨졌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은 현행법을 지킬 의무가 누구보다도 크게 있음은 따로 얘기할 것도 없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정부를 13부 2책임장관으로 변경하려는 대통령직 인수위의 계획도 단순히 안에 불과할 뿐이다.

대한민국에는 이러한 일을 다루는 국회가 있고, 현재 국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정당에서 인수위의 안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대통령 당선인이 아니라 당선인의 할애비라도 현행법을 지켜야 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국민을 상대로 이런 저런 호소를 하는 것까지 말릴 수는 없다.

또 그 호소는 총선을 겨냥한 전략의 일환일 뿐이고, 당장은 국정의 동반자인 다른 당의 동의를 얻어서 정부조직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현행법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정당에서 동의해주지 않아서 현행법대로 인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투정하는 것은 어쩐지 궁색하기만 하다. 엄연히 국회가 있고, 국회의 승인을 받지 못한 것은 제 아무리 뛰어난 발상이라 하더라도 정치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아무런 지위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대통령 당선인은 현행법을 지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조치였음을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모든 잘못은 자신들의 안에 동의하지 않은 쪽에 있다는 식으로 강변하고 있다.

이번 정부 인사파행의 책임이 모두 상대 정당에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터무니없는 트집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하는 의무는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에게 있고 지금 막 당선된 새정부라고 해서 그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극한 대치로 가는 것이 4월 총선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강경대치로 가는 것이 무조건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울러 강력한 리더쉽이라는 것은 강력한 조치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유연한 사고를 통해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생긴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신들이 선명성을 표방하려고 하면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선명성을 주장하려고 한다는 정치의 기본조차 비껴가는 성숙하지 못한 대응인 것이다.

강경 일변도의 정치를 구사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선택이다. 법에 따라서 하면 될 일을 가지고 윽박지르거나 우격다짐으로 가는 것은 지금까지 이룬 대한민국의 민주정치를 후퇴시키는 일이다. 국민들을 혼란의 구렁텅이로 내모는 꼴과 다르지 않다.

바라건대 단지 2달 먼저 가려다가 5년 내내 끌려 다니는 악수를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법을 제대로 지키는 의연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라는 점을 재삼 명심하기 바란다. 출발은 요란스럽게 해놓고 실속은 없는 결과를 낳는 것을 국민들은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명박 당선인은 항상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