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의 경쟁력은 선진국 도약의 필수조건
공직사회의 경쟁력은 선진국 도약의 필수조건
  • 영광21
  • 승인 2008.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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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 박찬석 편집인
흔히 우리는 사회에서 가문을 얘기할 때 공직을 지냈다 하면 꽤 후한 점수를 준다. 재물은 다소 모자랄지라도 공직을 지냈다 하면 가치관이 바른 집안이라는 호평을 받는 편이다. 반면에 이들에겐 보신주의와 무사안일 또는 철밥통(?) 등으로 불리는 부정적인 수식어도 따라 다닌다.

이런 공직사회가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바짝 긴장에 휩싸였다. 변화를 촉구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질타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무원들에게 ‘머슴’이 되라고 한다. 대통령의 측근들은 출근이 앞당겨졌고 심지어 휴일도 없어졌다.

때마침 국세청이 고과가 낮은 10%를 내쫓겠다는 방침까지 노골적으로 내놓아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부처 축소로 거취가 애매해진 공무원도 많은 상황이라 더욱 뒤숭숭한 분위기다.

공무원 노조 측은 폐쇄적인 구조에서 봉사와 희생만 강조한다면 전체의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으론 또 저러다 말겠지 하는 냉소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공직사회의 경쟁력은 민간부문을 활성화한다. 이는 선진국 도약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그래서 역대 정권이 공직개혁을 부르짖었지만 별로 나아진 게 없다. 한 국제기관이 매긴 우리 정부의 효율성은 경제 규모에 비해 세계 바닥권인 31위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반증하고 있다.

정부의 효율성이 세계 1위인 싱가포르 정부는 공무원 집단을 민간부문보다 더 부지런하고 더 친절한 조직으로 만들었다. 우수한 인재가 자발적으로 모이도록 좋은 대우를 해준 점이 결정적이었다고 하겠다.

물론 싱가포르와 우리의 공직풍토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투철한 공복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고 본다. 싱가포르 공무원은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머슴론’은 바로 이런 공직자상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질타가 이른바 군기를 잡기 위한 엄포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정말 그렇게 바뀌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하루 이틀 사이에 이루어지기도 어렵고 손바닥을 뒤집듯 쉽게 되는 일도 아닌 국가의 중대사에 해당하기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공무원에 대한 신분을 보장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과 부정부패 방지를 목적으로 하여 만들어진 제도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진입과 퇴출의 벽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이를 극복할 여러 장치를 보완하는 추세다. 우리도 예외일 수는 없다.

우리가 철밥통이라 부르는 자리는 사실은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안정적인 직업의 다른 이름이다. 사회는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 안정적인 직업을 그만큼 더 선호하고 있다. 이러한 안정은 능률을 전제로 보장되어야 한다.

단순히 공직자라고 해서 누구나 후한 사회적 대접을 받는 대열에 무임승차하는 풍조가 이제는 청산되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아무쪼록 모처럼 제기된 공직사회의 개혁 바람이 말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을 키우는 쪽으로 긍정적인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특히 군정의 책임자인 군수가 오랫동안 공백으로 있던 관계로 상당히 해이해진 영광 군청 공무원의 자발적인 분발을 기대한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