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 박찬석 편집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8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막이 내렸다. 보수의 압승으로 끝나고 말았다. 여느 선거와 마찬가지로 무성한 말을 늘어놓았던 제18대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는 역시 ‘민심은 무섭다’라는 교훈을 새삼 일깨워주었다고 하겠다. 지난 17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국민이 통합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에게 과반의석을 만들어줬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한나라당을 선택하였다. 이는 정치권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잘못하면 국민은 언제든지 표로 심판한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한 것이다.
이번에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함에 따라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내건 정책공약을 비롯한 국정운영을 나름대로 소신껏 추진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게 되었다.
특히 친박연대와 친박 성향의 무소속 일부가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것은 사실상 시기만 남은 만큼 한나라당은 거의 무소불위의 의회권력을 갖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정과 입법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 결과는 한나라당에게 국민을 더욱 겸허하게 섬겨야 하고 야당과도 대화와 협력을 해야 한다는 명제를 던져주고 있다. 한나라당의 정당 득표율이 36.9%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만일 한나라당이 다수정당이라는 자만에 빠져 야당과 국민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독주할 경우 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선거과정에서 국민과 야당이 여당의 오만과 독선을 경계했던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야당 특히 통합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원인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분석하고 스스로 달라지지 않으면 안된다. 선거는 이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언제든 다시 찾아온다는 점을 명심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번 선거를 돌이켜보면 결과의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386세대를 비롯한 진보세력이 눈에 띄게 약화되고 보수로 회귀했다는 점이다. 판세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치게 나타나다보니 우리 사회가 극도의 우경화로 나아가 경색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당연하다.
이제 진보진영은 과거 정권에서 진보세력이 추진한 정책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철저히 살피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진보의 지향점은 어디인지 면밀하게 분석하고 대처해야 한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이번 선거는 또한 우리 정치문화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겼다. 46%라는 선거 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은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과 무관심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며 또 다른 개혁의 요구로 볼 수 있다.
선거는 끝났지만 대선과 총선이라는 양대 선거를 치르는 동안 국회에는 시급히 처리해야 할 국정과제와 민생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 일은 결국 정치권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다. 정치권은 선거 때 유권자들에게 큰 절을 한 마음가짐으로 자신들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해줄 것을 감히 요구한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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