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용인의 난(蘭)과의 만남 85 - 춘란의 설판, 녹태소
꽃들도 그 가문에 따라 꽃잎의 수가 다르다. 소나무와 밤나무는 꽃잎이 없고 자라풀은 세장, 유채는 네장, 벚꽃이나 찔레꽃은 다섯장, 붓꽃이나 난초는 여섯장, 나팔꽃은 꽃잎이 갈라지지 않은 통꽃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꽃을 관찰하다보면 뭔가 이상한 것이 보인다. ‘민들레는 꽃잎이 무지 많은데?’ 하지만 민들레는 꽃잎이 많은 것이 아니라 낱개의 꽃들이 모인 꽃다발이다.
꽃잎 안을 자세히 보면 꽃마다 암술과 수술이 달린 것을 볼 수 있다. 그럼 장미는 어찌된 걸까? 원래 장미는 꽃잎이 다섯장이다.
그런 장미를 인간들이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것뿐이다. 이렇게 같은 꽃잎을 가진 것끼리 묶다보면 식물의 진화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춘란의 설판(혀) 표면이 흰색이 아닌 초록색으로 나타내는 데다 소심인 것을 난계에서는 녹태소(綠胎素)로 표현한다. 그럼 녹태는 綠苔, 綠胎, 綠帶 어느 것인가.
태(胎)란 난의 어느 부분이나 어떠한 상태를 나타내는 문자일까? 부자연스럽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해 난감하다.
현재 동양난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용어, 특히 난의 각부를 표현하는 용어의 대부분은 200년도 더 된 예전에 중국에서 주로 재배한 일경구화를 기본으로 만들어지고 사용된 것이 대부분이다.
그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난혜동심록>으로 이것은 1865년부터 1891년까지 사이에 모든 문헌과 모든 난을 조사해 1891년에 발행된 것이다. 이 중에 논설(論舌)에 대하여, 논태(論苔)에 대하여, 논점(論点)에 대하여라는 항목이 있으며 논태(論苔)의 항목에 ‘설판 표면의 색을 태(苔)라고 한다’로 기록돼 있다.
1922년 발행된 <난혜소사(蘭蕙小史)>라는 책에도 <난혜동심>으로부터 논설, 논태, 논점이라는 부분을 인용하고 있는데 소심(素心)을 나타내는 말로서 녹태소(綠胎素)라는 숙어가 실려 있다.
현대중국어사전을 보면 태(苔)와 태(胎)는 같은 페이지에 나와 있으며 발음도 ‘타-이(tai)’로 똑같다. 이로 미루어 중국에서는 발음이 같을 경우 뜻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혼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난의 설판 예를 표현하는 경우 순백의 설판은 백태, 황색설판은 황태(黃苔), 설판 일부에 초록색 줄이나 녹색 부분을 나타내는 것은 녹태(綠苔)로 표현하면 되며, 모두 소심이면 녹태소(綠苔素), 백태소, 황태소로 표기하면 된다.
춘란계에서는 두글자로 표현할 경우에는 녹태(綠苔)라고 표현하고 이들이 소심일 경우에는 녹태소(綠苔素)로 쓰는 것이 가장 옳은 방법이 아닐까 결론을 지어본다.
백 용 인
<영광군농업기술센터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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