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또 참는 것이 ‘여자의 일생’
참고 또 참는 것이 ‘여자의 일생’
  • 박은정
  • 승인 2008.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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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월면 김춘자
‘참을 수가 없도록~ 이 가슴이 아파도~ 여자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 못하고~ 헤아릴 수 없는 설움 혼자 지닌 채~ 고달픈 인생길을 허덕이면서~ 아 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의 일생~’

엘레지의 여왕이라고 불리우는 가수 이미자씨가 60년대 부른 유행가 <여자의 일생> 가사다. 구슬픈 노랫말처럼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의 삶은 참고 또 참는 인내의 역경속에서 주름져 왔다.

가을을 기다리며 조금씩 높아가는 하늘을 그대로 비춘 듯 푸르고 맑은 바다가 평온하게 내다보이는 낙월면 상낙월리에서 마주한 김춘자(56)씨. 그도 참으로 가슴 짠한 일생을 살아온 주인공이지만 처한 삶을 꿋꿋히 이기며 생활하고 있어 주변의 칭송을 듣고 있다.

낙월에서 나고 자란 그는 20대 초반 결혼해 슬하에 2남2녀를 두고 있다. 김 씨는 시집와서부터 지금까지 여든이 넘은 시어머니를 지극한 정성으로 봉양하며 살고 있다.

또 20여년전 어로작업을 하다 불의의 사고로 오른쪽 다리가 절단돼 불구로 생활하던 남편이 6년전 엎친 데 겹친 격으로 뇌출혈로 쓰러져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생활해 귀감이 되고 있다.

“저도 사람인데 살면서 왜 힘들지 않았겠습니까. 그렇다고 닥친 현실을 비관만 하고 살수는 없었습니다. 어머니도 모셔야 하며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남편도 돌봐야하고 커가는 자식들 뒷바라지도 해야 했으니까요”라며 힘겹던 지난시절을 눈물로 훔치는 김 씨.

정부에서 지원되는 보조비와 조그마한 민박집을 운영하며 생활을 이어온 그는 자녀 모두 장성해 둘은 결혼했고 막내는 현재 대학 휴학 중이며 큰아들은 낙월면사무소에 근무하며 어머니 곁을 지키고 있다.

아들로는 장남이지만 누나 아래 둘째로 태어난 문재희씨는 “젊은 시절부터 고생만 하며 하루도 편히 살지 못한 어머니를 보면 자식으로서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라며 “착한 천성을 타고 난 어머니는 속으로는 늘 눈물을 지으면서도 겉으로는 항상 긍정적으로 생활하려고 노력하셨습니다”라고 안쓰러운 어머니의 삶을 표현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는 많은 이들을 생활고에 빠지게 하며 기운을 빼고 있다.
그래서인지 세상은 분노 증오 갈등 등으로 험악해지며 삭막하기 그지없다. 이런 위태로운 세태속에 김 씨가 보여준 마음을 비운 고귀한 사랑은 사회를 밝게 정화시키고 있다.

마지막 여름휴가를 떠나온 손님을 맞이하는 김 씨는 인고의 삶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