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섭 / 영광읍

낙엽이 하나 둘 날리며 가을이 왔음을 알리고 있지만 아직 낮엔 움직임 마다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무엇인가 손에 들고 마을주민을 찾아다니는 정경섭(65)씨도 가을더위에 옷깃이 젖어 있다. 그가 이렇게 비지땀을 흘리는 것은 추석을 앞두고 어려운 이웃을 찾아 햅쌀과 생활용품을 전달하기 위해서.
영광읍 덕호리가 태생지이지만 1970년초 백학2리로 와 40여년 살고 있는 그는 현재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다.
“일찍 6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밑에서 형제들과 어렵게 살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예사롭게 지나쳐 지질 않습니다”라며 지난 시절을 밝히는 정 씨는 수년째 설, 추석이면 어려운 이웃을 위문하고 있으며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도 남다른 정성을 보이고 있다.
백학2리 최동원 이장은 “한 마을에 오랫동안 살면서 마을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찾아가 도움을 청하지만 한번도 부탁을 거절 한 적이 없고 오히려 더 도와주지 못해 늘 미안해 한다”며 “사업을 하면서 어느 정도 살만하다고는 하지만 해마다 잊지 않고 이웃을 돌보고 마을의 애·경사를 꾸준히 챙겨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정 씨를 칭찬했다.
또 다른 마을의 한 주민은 “사업가라 배포가 크면서도 매사 정확하고 특히 맡은 일에 책임이 강해 주변에서 신뢰를 받고 있다”며 “남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선행의 본보기를 보이면서도 남 앞에 나서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겸손한 사람”이라고 정 씨를 덧붙여 표현했다.
이런 정 씨의 곧은 성품아래 자란 2남1녀의 자녀는 반듯한 사회인이 돼 안정된 직장생활을 영위하고 있어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또 그의 아내도 바깥일에 간섭하지 않으며 지고지순해 가정이 평화롭고 행복하다.
부모가 거울이듯 정 씨의 자녀들은 부모를 그대로 닮아 배려할 줄 아는 정직한 어른이 됐고 평생 남편을 믿고 따른 아내는 가정을 지키며 나눔의 내조자가 됐다.
주로 가정집이나 시골경로당을 도맡아 지어온 정 씨는 “날이 갈수록 사회복지가 체계적이고 수혜범위 또한 넓어지고 있지만 실제 농촌의 어르신들은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걱정하는 정 씨.
손주를 5명이나 본 할아버지임에도 불구하고 나이 많은 어르신들을 안타까워하는 정 씨는 고마운 이웃으로 평생 머물 것을 약속하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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