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운의 아름다움에 천생연분도 얻어
녹운의 아름다움에 천생연분도 얻어
  • 영광21
  • 승인 2008.09.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백용인의 난(蘭)과의 만남 99 - 중국춘란 명품 '녹운'
만고의 명품 고전 춘란 '녹운'은 하화판으로 기화이며 꽃잎은 7~8장, 설판은 2장 이상이고 봉심에 자홍색 화근이 든다. 가끔 쌍두화로 피는 녹운을 난인들은 하화판 중에서 왕이라 부르는데 그 이야기도 아주 재미나게 전해지고 있다.

1869년 지금의 절강성 항주에 있었던 일이다. 행인들이 쉴 새 없이 오가는 항주 거리에 한 부인이 난 꽃을 갓 모자에다 꽂아 머리에 쓰고 걸어가고 있었다. 한 청년이 부인의 머리에 꽂아있는 난을 보고 반해 500냥을 드릴 테니 집에 있는 이 난초를 모두 팔라고 사정했다. 류하촌에 사는 부인은 묘 자리를 다른 사람이 강제로 차지했기에 오늘 소송을 걸려고 법정을 찾아가는 길이라며, 청년이 그 일을 다 처리해 주면 집에 있는 그 난초를 모두 주겠다고 약속했다.

젊은이는 항주 관항구에서 붓 장사를 하는 유명한 부자 소지암으로 어릴 때 난을 배운 항주에 소문이 자자한 젊은 애란인이었다. 그는 비록 나이가 젊었지만 벼슬을 하는 사람들과 왕래가 많았으며 재산도 많고 담도 컸다. 소지암은 부인을 도와 묘지 소송에 이기고 부인의 집을 찾아가 난을 보니 잎이 약간 비틀어졌고 끝이 둥글면서 넓고 길이가 짧았다.

그리고 윤기가 돌듯이 짙은 녹색으로 탐스럽게 생긴 명란의 소질을 갖추고 있었다. 소지암이 좋아서 그 난을 가져가려 하는데 부인의 딸인 진녹운이 나타나 어머님이 병환 중이니 회복된 후에 어머님이 친히 선생님 댁으로 가져다 드리도록 하겠단다.

그 소녀의 말이 너무나 진지해 하는 수 없이 항주로 돌아와 유명한 의사를 데리고 류하촌으로 가서 부인을 보살핀 지 한달이 지나자 병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진녹운은 알뜰하고 아름다운 처녀였고 소지암도 정직하고 총명한 총각이라 그들은 어느새 정이 들었고 소지암은 진정으로 진녹운을 사랑하게 되었다. 소지암은 진녹운을 사랑하게 된 사연을 아버지에게 전하자 소지암의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 류하촌 진씨네 집에 가서 정식으로 청혼을 했다.

가마 뒤에는 결혼식에 올리는 물건을 메고 가는 사람들이 줄을 지었는데 그 물건 가운데 아주 두드러진 것이 있었다.
소지암은 아름다운 처녀를 얻어 장가를 가게 되었을 뿐 아니라 꿈에서도 그리던 향기로운 기화 춘란을 얻어 항주 시내에 소문이 자자하게 나돌았다. 소지암은 지나간 일들을 기억에 남기기 위해서 그 기화 춘란을 사랑하는 아내의 이름을 따서 ‘녹운’ 이라고 명명했다. 따라서 ‘녹운’에 대한 이야기는 오늘날까지도 소지암 붓장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백 용 인 <영광군농업기술센터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