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훈 / 군남면
추수가 거의 끝나가는 들녘에는 한가로운 여유로움이 넘친다. 자녀를 훌륭히 키워낸 어르신을 찾아간 군남면 월흥2리 월산마을. 붉게 익은 감이 담장을 넘어온 모습이 정겨운 이곳에서 만난 한석훈(76) 어르신은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으로 인자했다.
가을바람에 떨어진 감잎을 제외하고는 티끌하나 없이 정갈한 마당. 슬하에 5남을 둔 어르신은 50세에 아내와 사별해 홀로 지내고 있지만 깔끔한 성격으로 집안을 말끔히 정리해 놓고 있었다.
어르신은 아내없이 혼자 지내면서도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워 주변의 칭찬이 높다.
그도 그럴 것이 아들 다섯이 모두 대학을 졸업한 것은 물론이고 국내 최고 대학으로 손꼽히는 고려대와 서울대를 아들 둘이 졸업했고 두명은 박사, 두명은 석사학위를 취득해 개인사업 또는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일원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기 때문.
“평생 시골에서 농사만 짓고 살던 제가 무엇을 알겠습니까. 아이들에게 특별히 당부한 것은 없고 아는 것이 힘이니 항상 학업에 열중하라고만 했지요”라며 자녀를 기르던 시절을 회상하는 어르신은 “넉넉지 못한 어려운 형편에서도 아이들이 모두 착해 말썽한번 부리지 않았고 학교를 다니면서도 장학금을 받아 학비부담을 줄여주며 기특하게 자랐습니다”라고 반듯하게 자라준 자식에 대한 고마움을 내비췄다.
추수가 끝난 농작물을 정리하던 마을의 한 주민은 “예나 지금이나 자식하나 대학보내기가 만만치 않는데 아들 다섯 모두를 대학을 졸업시키고 게다가 명문대는 물론 박사, 석사까지 마치게 한 어르신은 정말 대단한 분이다”며 “특히 부인과 사별하고 홀로 지내면서도 자녀뒷바라지에 소홀함이 없어 마을에서 크게 존경받고 있다”고 밝혔다.
얼마 안되는 농토에 농사를 지어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하던 어르신은 가진 땅을 하나둘 팔아가면서 자식을 공부시켰다. 이렇게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근면성실하게 생활하며 사회윤리와 경로효친사상을 몸소 실천하고 자녀교육에 심혈을 기울인 어르신은 훌륭한 인재를 배출한 공으로 지난 9월27일 열린 제17회 군남면민의 날 행사에서 장한 어버이상을 수상했다.
어르신의 자녀들은 모두 결혼해 서울 대전 등지에 살고 있다. 각자의 일상으로 자주 고향을 찾아오지는 못하지만 자녀 모두가 어르신에 대한 효성이 깊어 정성어린 마음을 다하고 있다고.
어르신은 비록 지금은 혼자 지내고 있지만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살면서 가장 힘든 농사인 자식농사를 잘 지은 보람으로 황혼을 의지하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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