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범 / 군남면
가을의 끝자락, 추수를 마친 들녘이 한가롭지만 계절의 지나감이 왠지 슬프고 고독한 것은 아마도 세월의 무게 때문인가보다.가을비 맞은 촉촉한 낙엽을 밟으며 도착한 군남면 동월1리 순천마을.
한켠 비닐하우스에서 말려놓은 콩을 터는 아낙들의 모습이 평화로워 보이는 김인범(60)씨 집. 마당 가득 심어놓은 국화가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그의 보금자리는 지난해 지어져 깔끔했다.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김 씨는 슬하에 3형제를 두고 있으며 아내와 4만여평의 농사를 지으며 단란하게 살고 있다.
마을이장을 오랫동안 맡아 왔고 현재는 영농회장을 맡고 있는 김 씨는 유난히 마을사랑이 깊어 주변의 칭송이 높다.
평소 늘 마을을 위해 애쓰는 김 씨는 지난 1997년 부지마련을 못해 경로당을 신축하지 못하는 상황에 일부러 땅을 매입해 경로당 부지를 희사했다.
그리고 지난해 자신의 집을 지으면서는 집터 일부를 기증해 모정을 건립, 여름철 바쁜 일손으로 지친 마을주민들의 훌륭한 휴식터를 마련하게 했다.
김 씨에 이어 마을이장을 맡고 있는 이상기씨는 “형님은 무슨 일이든지 먼저 나서 솔선수범하며 주민들의 화합에 앞장서 귀감이 되고 있다”며 “매년 어르신들의 효도관광을 주선해 보내드리는 등 경로당과 모정터를 희사한 것 말고도 마을발전과 단합의 중심자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김 씨를 표현했다.
김 씨가 살고 있는 동월1리는 40여호에 7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이곳도 여느 농촌마을처럼 60~70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논농사를 주로 지으며 생활하고 있다.
일반적인 가정의 가장과 별반 다를 것 없이 평범하게 살아온 김 씨지만 그에겐 마을주민 전체를 포용하는 가슴 넓은 애향심이 있어 인정받고 있었다.
김 씨는 “특별히 저 혼자 잘한 것은 없고 주민 모두가 내 일처럼 열심히 협조하고 동참해 함께 만들어 나갔다”며 “마을이 워낙 인심이 좋고 단합이 잘 돼 지금은 어려움이 없지만 마을을 지킬 젊은이들이 없어 앞으로가 큰 걱정이다”고 현실을 토로했다.
당장 필요한 물건이나 자금이 아닌 미래를 존재하게 하기 위해 가장 절실한 젊은이들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김 씨와 주민들.
그들의 소박한 희망이 농촌의 절박함으로 가슴 짠하게 다가온 만남이었지만 그래도 고향을 아끼는 마음이 넘치는 김 씨와 같은 지킴이가 있어 다행스러운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마을을 나섰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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