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맡은 한 마을발전 위해 앞장 서야죠”
“제가 맡은 한 마을발전 위해 앞장 서야죠”
  • 박은정
  • 승인 2009.01.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영숙 / 백수읍
우리사회 전반에 우먼파워가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이장도 예외가 아니다. 게다가 요즘은 마을주민들의 추천뿐만이 아니라 남성이장과 선거를 통해 당당히 이장으로 선출돼 더욱 위치를 높이고 있다.
눈보라치는 백수해안도로를 달려 도착한 백수읍 대신2리. 마을 경로당에 모여 겨울철 휴식을 즐기는 어르신들 틈에서 만난 젊은 아낙 이영숙(45)씨. 외소한 몸에 차분한 인상의 그는 어르신들과 어우러져 편안해 보였다.

“우리 마을 이장이여. 이쁘제. 인즉까지 남자이장 이였는디 여성이장을 뽑아 놓은 게 좋구먼. 마을일도 잘하고 우리한테도 어찌나 잘하는지 몰러.”
어르신들의 칭찬에 얼굴이 발그레 상기되는 이 씨는 지난해 7월부터 마을이장을 맡고 있다.
“아직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없는 터라 처음 이장을 맡고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으로 잠을 한숨도 못 이뤘습니다”라고 설레던 6개월 전을 회상하는 이 씨는 아직 초보이장이지만 마을을 위해 무엇인가 하려는 의욕과 열정만큼은 여타 선배이장을 앞지르고 있다.

20대 초반 4남1녀의 막내며느리로 시집와 25년간 살고 있는 이 씨는 남편과 2만여평이 넘는 농사를 짓고 있다.
특히 그의 남편은 농사에 필요한 모든 농기계를 갖추고 대신리는 물론 구수리 백암리까지 찾아가 어르신들이 하기 힘든 농사일을 돕고 있어 부창부수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마을의 막내로 어르신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이 씨는 어르신들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마을 최초 여성이장으로 탄생돼 시멘트바닥이었던 마을안길을 아스팔트로 바꾸고 지어진지 오래된 경로당의 전등, 장판, 도배 등을 교체하는 등 마을 가꾸기에 팔을 걷어부쳐 마을에 기쁨을 안겨줬다.

이렇게 마을을 위해 애쓰는 이 씨의 노력은 주민들까지 단합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해 마을에 따뜻한 화목이 넘치고 있다.
행정의 전달사항이나 마을 자체적으로 알릴사항이 있으면 방송을 통해 전달하기도 하지만 이 씨는 직접 가가호호 방문해 소식을 전하며 주민들과 교감을 통한 정을 쌓아가고 있다.

이 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잘 따라주시는 어르신들이 고마울 따름이다”며 “올해는 주민들을 위한 사업을 하나씩 이뤄가도록 더욱 노력할 계획이다”고 야무진 새해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연말에 이어 올 상반기가 끝나는 6월 마을총회를 겸한 잔치를 펼칠 계획인 이 씨.
그는 겨울이 지나고 찾아올 봄부터 본격적인 ‘여풍’을 몰아갈 야심찬 각오로 화합을 만들어가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