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 영광읍
영광읍 덕호리 백동마을. 아침 안개속 산 아래 조그맣게 자리한 조용한 사찰. 인기척을 듣고 배웅 나온 스님은 초야를 닮아 평온해 보였다. 아담한 공양사에서 만난 김승연(74) 스님은 충남 온양에서 생활하다 지난 5년전 이곳에 정착했다.
“면장을 지낸 아버지 밑에 2남1녀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제가 8살 때 지나는 한 스님이 절에서 생활해야 명줄이 길어지다는 말을 했고 본래 손이 귀한 집에서는 저를 스님을 따라 보냈습니다. 그렇게 저는 동자승으로 생활하다 17세 되던 해 출가했습니다”라고 불교와의 인연을 맺게 된 사연을 밝힌 스님.
전북 전주가 고향인 스님은 30대중반까지 조계종단에 몸담아 승려생활을 하다 원효종단에 다시 입종했고 늦은 나이에 결혼해 3남3녀의 자녀를 뒀다.
스님은 “나이도 들고 남은여생의 불공을 드릴 곳을 찾던중 아내의 고향인 영광을 찾아오게 된 것이지요”라며 “농촌이다 보니 홀로 지내는 노인들도 많고 종교가 다른 주민들도 많지만 부처님의 뜻을 전하는 심부름꾼으로 신도의 참회를 듣고 선법(禪法)을 주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절에 살면서 불도를 닦고 실천하며 포교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스님은 절을 찾아 고단한 삶을 쉬어가는 신도들과 사는 동안의 갖가지 고민을 들어주는 주민들의 편안한 마음의 벗이 되고 있어 한번 방문한 사람들의 발길을 다시 찾게 하고 있다.
또 스님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위한 장비를 골고루 갖추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들려주며 같이 즐겨 독특한 기쁨을 전달하고 있다. 아예 사찰안의 방 하나를 노래방기계와 조명을 갖춘 음악실로 꾸며 누구나 즐기다 갈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스님이 무슨 노래방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 성직자들은 예전 고달픈 수행의 길만을 걷던 때와 달리 현대문명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즐기며 각자 개성 있는 포교활동을 하고 있다. 트로트를 잘 불러 신도들에게 멋진 노래를 들려주며 즐거움을 선사하는 신부님, 음반을 낸 스님 등….
우연히 이곳을 방문해 스님을 알게 됐다는 한 주민은 “지인을 따라 이런저런 고민을 상담하기 위해 방문했는데 무척 놀랐습니다. 몸소 주민들을 찾아 그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정성도 그렇고 특히 신도들과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즐기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었습니다”라고 스님에 대한 인상을 밝혔다.
새해를 맞아 많은 사람들은 복채를 두둑히 주며 올해의 운세를 보러 점집이나 사찰을 찾고 있다. 하지만 이곳 공양사는 어르신들이 500원도 내고 1,000원도 내며 찾아와 불공을 드리며 가족의 평안을 기도하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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