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식 / 법성면

법성면 대덕리 성제동마을 양지바른 언덕. 늙은 노모와 마당을 서성이는 김춘식(74)씨는 봄볕아래 한가로워 보였다.
2남2녀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 씨는 태를 묻은 이곳에서 한평생 살고 있다. 청년시절 아내를 만나 결혼해 슬하에 2남4녀를 두고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온 그는 6년전 당뇨병과 그로 인한 합병증으로 암에 걸린 부인과 사별했고 그후 올해 98세된 어머니를 홀로 봉양하며 살고 있다.
농사가 그리 많지 않던 김 씨는 한때 광주 하남공단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하기도 했다. 지금은 자녀 모두 출가해 1,200여평의 논밭에서 먹을 식량과 양념만을 농사짓고 있다.
“낼 모레면 어머니 연세가 100세가 되는데도 귀도 잘 들리시고, 눈도 잘 보이시며 드시는 것도 잘 드시니 제가 큰 복이지요”라며 마당가에 앉아있는 어머니를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김 씨는 “지금까지 모시면서 다니시다 넘어지셔서 골절과 찰과상을 입어 병원에 다녀오신 것 말고는 크게 아프신 적이 없으시니 얼마나 다행입니까”라고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내비쳤다.
김 씨의 어머니는 연세에 비해 건강한 편이지만 정작 김 씨는 동맥경화와 위염 등으로 그리 몸이 건강하지 못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씨는 어머니에 대한 효성이 지극해 이웃과 친구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하다.
어린 시절부터 한마을에 살았다는 안 씨는 “부인과 사별하고 자식들을 비롯한 친구들이 재혼을 권유했지만 혹여나 어머니를 모시는데 소홀해 질것을 염려해 재혼도 마다하고 혼자서 고생하고 있다”며 “혼자 지내면서도 어머니께 늘 따뜻한 밥을 지어 대접하고 간식 등을 챙기는 모습은 보통 여성들보다 더 꼼꼼히 살림을 잘 해내고 있다”고 김 씨를 표현했다.
예전 우리네 아버지들이 대부분 그러했듯 김 씨도 아내가 살아있을 때만 해도 살림이라고는 전혀 모르고 살았다. 하지만 아내와 사별후 그는 친구들이 구해준 요리책을 보며 하나둘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젠 웬만한 요리는 수월하게 만들고 있다.
“어머니는 다른 반찬보다 돼지고기를 좋아하십니다. 그래서 삼시세끼 떨어뜨리지 않고 해드리고 있습니다”라고 어머니의 식성을 밝히는 김 씨는 기름이 적당히 섞인 부드럽고 연한 부위의 돼지고기를 사와 볶음이며 찌개를 만들어 정성껏 대접하고 있다.
사별로 홀로 남겨진 외로움을 어머니에 대한 효심으로 대신하는 김 씨는 어머니와 본인의 건강을 기원하며 남겨진 행복을 소중히 지켜가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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