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란 <영광군 주민생활지원과>
무르익은 봄이 화사한 볕을 선사하는 14일 화요일, 영광종합병원 호연실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이곳은 군에서 여성장애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역량교육 프로그램인 웃음요가강좌 현장. 그들 뒤로 아담한 체구의 김 란(48)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김 씨는 영광군청 주민생활지원과 여성가족담당 공무원으로 교육운영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던 것.영광읍 녹사리에서 4남2녀중 막내로 태어난 김 씨는 사업을 하는 부모를 따라 어린시절 광주로 가 학업을 마치고 공직에 입문해 도청에서 근무하다 지난 1991년 사회복지요원 1기로 영광군으로 발령받아와 17년째 생활하고 있다.
군서 백수 군남 대마 법성 등지에서 국민생활수급자 책정·관리 등의 업무를 보며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을 가까이에서 만나오다 2년전부터 군청 주민생활지원과에서 관내 여성단체, 모자가정, 이주여성, 여성직업훈련 등을 담당하고 있다.
“도청에서 회계업무를 보다 영광군으로 와 접한 사회복지업무가 처음에는 생소하고 어렵기도 했지만 주로 노인세대가 많은 시골을 다니며 만난 주민들과 정이 들면서 그들을 챙긴다는 뿌듯한 사명감이 생기더라고요”라며 지난 보람을 밝히는 김 씨.
그는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지역을 다니면서 친절하게 주민을 만나 딸처럼, 며느리처럼 다정한 직원으로 기억되고 있다.
30대 중반 약간 늦은 나이에 결혼해 슬하에 2남을 두고 있는 김 씨는 10여년전 교통사고로 남편과 사별해 한쪽 가슴에 쓰라린 아픔이 남아 있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극복하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현실을 당당하게 헤쳐나가고 있다.
“2년전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지금은 친정어머니만 계시지만 친정 부모님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아이들도, 일도 모두 해내지 못했을 겁니다”라며 감사를 전하는 김 씨는 친정어머니의 든든한 후원으로 지장없이 직장생활을 해내며 홀로서기를 감당하고 있다.
김 씨는 “취약계층을 오랫동안 만나오면서 그들을 위한 길은 자립기반 마련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라며 “노인세대은 어쩔수 없겠지만 모자가정, 이주여성, 장애인여성 등은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삶이 길기 때문에 교육, 취업알선 등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 줘야한다고 봅니다”라고 당면한 과제를 설명했다.
얼마전 해남읍 사회복지 담당공무원이 기초생활수급자들의 수급비를 허위문서 등을 꾸며 거액 착취한 사건이 발생하며 공무원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김 씨처럼 본연의 임무를 과오없이 성실히 수행하는 공직자들이 있어 힘겨운 현실이 조금은 가벼워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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