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화 <영광노인복지센터 팀장>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트로트 음악을 감상하며 흥겨움이 넘치는 어르신들이 자신들의 건강을 관리해 주는 간호사에 대한 칭찬의 목소리를 높다.
점심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을 이리저리 살피고 있는 박계화(46)씨. 자그마한 키와 온화한 얼굴이 유난히 친절해 보이는 그는 영광노인복지센터에서 어르신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팀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3월 개원한 영광노인복지센터는 형편이 어렵거나 홀로 지내며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20여명의 어르신들을 낮 시간동안 보호하는 곳이다.
영광원자력본부에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영광지역에 살게 된 박 씨는 자녀를 기르며 전업주부로 생활하다 개인병원에서 잠깐 일 했고 지인의 소개로 이곳과 인연을 맺었다.
“미혼시절 회사 의무실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저는 이곳에 와 어르신들을 처음 만났을 때 많이 낯설고 생소해 선 뜻 다가서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에 대한 만족과 보람이 커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밝은 웃음으로 일상을 말하는 박 씨는 어르신들을 정겹게 대하고 있었다.
70~90대까지의 어르신들이 한글공부, 미술치료, 기체조 등 요일별 짜여진 다양한 프로그램에 따라 하루일과를 보내는 영광노인복지센터에서 박 씨는 어르신들의 혈압 당뇨 맥박 등을 체크하며 함께 일하는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를 도와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돼주고 있다.
박 씨는 “가족에게 소외되고 몸이 불편해 활동이 자유롭지 못했던 어르신들이 낮 시간 센터에 나와 처지가 같은 노인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며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잊고 살았던 주변을 돌아보게 합니다”라며 “하지만 사회적인 관심과 시설에 의존해 자녀들이 노인들을 아예 맡겨버리는 경우가 늘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고 있지만 반면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여성들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뒤늦게 제자리를 찾아 최선을 다하는 박 씨의 모습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늦깍이 여성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왜 일찍이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일을 찾아보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들 정도로 저는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라며 “직업이 아니더라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틈틈이 어렵고 외롭게 지내는 이웃이나 어르신들을 좀 더 많이 찾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바램을 밝히는 박 씨는 결혼해 자녀를 기르며 살아온 제2의 고향 영광에서 행복한 나래를 정성스럽게 펼치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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