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가슴에 묻을까 걱정입니다”
“자식 가슴에 묻을까 걱정입니다”
  • 영광21
  • 승인 2009.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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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부덕 / 염산면
<지못미> ‘당신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줄인말. 어느 화가가 모 일간지에 지난 23일 서거한 노무현 전대통령을 향한 애도의 마음을 <지못미>라는 깨알 같은 글자로 얼굴을 그려 타오르는 담뱃불을 형상화한 그림속에 표현된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온 나라를 슬픔과 좌절에 빠트리고 있는 가운데 혹여나 자식을 잃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한 어머니를 만났다.
염산면 상계리 신창마을에 살고 있는 임부덕(59)씨. 그를 찾아간 집에는 손녀로 보이는 꼬마 녀석들이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러나 또 다른 방에는 병색이 완연한 임 씨의 큰 아들이 애처롭게 누워있었다.

부모와 농촌을 지키며 농사를 짓겠다던 패기 넘치던 임 씨의 큰 아들은 20대 중반 농업인후계자로 같은 마을주민과 농업에 관련된 교육을 받고 귀가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을 쓸 수 없는 불구의 몸이 됐다.

이런 아들을 조금이라도 치료하기 위해 전국 병원을 쫓아다닌 임 씨는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쳐 보였다. 말하고 생각하는 것 말고는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들의 손과 발이 돼 대소변을 받아내고 밥을 떠먹이는 등 온갖 수발을 다해 온 임 씨는 본인도 기력이 떨어져 힘겹지만 오로지 자식걱정 뿐이다.
넘치는 풍족함은 아니었어도 크게 부러울 것이 없었던 임 씨의 가정은 아들 병수발로 살림이 많이 어려워진 상태다.

또 임 씨도 갑상선을 앓고 있으며 남편은 당뇨 혈압 등으로 건강이 좋지 못해 농사를 많이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밝고 귀여운 두 꼬맹이 부모인 둘째아들과 며느리는 정신지체장애를 갖고 있어 온전한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
이처럼 가족 모두가 정상적이지 못한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임 씨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꿋꿋이 가정을 지키며 가족을 정성스럽게 돌보고 있어 주변사람들이 안쓰럽게 생각하고 있다.

“생떼 같은 자식이 온몸을 쓸 수 없게 됐을 때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라도 낫게 해보려고 했지만 점점 건강은 나빠지고 이러다 무슨 일이라도 당할까봐 걱정입니다.”
임 씨의 큰 아들은 몸을 움직일 수 없어 매일 누워있는 탓에 욕창, 골다공증 등이 심하고 온몸의 기능이 떨어져 건강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있는 가족과 생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식을 가슴에 묻게 되는 슬픔이 찾아올까 늘 가슴 졸이는 임 씨는 부모가 아닌 자식 이어서일까? 10년이 다 돼가는 세월동안 자식을 향한 지극정성에 변함이 없다.
“어려움 속에서도 밝은 미소를 잃지 않는 당신의 용기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