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방 / 군서면

농촌은 이제 겨우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 어린모의 성장을 위한 물대기가 한창이지만 해갈되지 못한 가뭄이 농심을 한없이 초초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농심을 알리 없이 쑥쑥 자란 논두렁의 잡초를 베느라 송글송글 땀이 맺힌 송일방(71)씨.
“지난 면민의 날에 상 받은 것도 남부끄러워 죽겠는데 뭐하러 왔을까”라며 불편함을 내비쳤지만 그의 얼굴은 우리네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농로에 세워진 오토바이를 벗삼아 들일에 열중인 그는 1만5,000여평의 농사를 지으며 탯줄을 묻은 터를 평생 지키며 살고 있다.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농촌에 남은 송 씨는 매사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해 마을 주민들이 10년이 넘게 그를 영농회장으로 붙들어 놓고 있다.
또 송 씨는 효심이 지극한 효자로도 인정받고 있다.
아래로 여동생이 한명 있기는 해도 외아들로 부모 곁을 떠나 본적이 없는 송 씨는 지난 4월 91세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정성껏 봉양해 칭찬을 듣고 있다.
오순남 마을이장은 “영농회장님 어머니는 연로한 탓에 거동이 불편하고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게다가 10여년 전부터는 치매를 앓아 가족도 몰라보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어머니를 직접 수발하며 고생이 많았다”고 송 씨의 힘겨웠던 그간의 일상을 대신 전했다.
슬하에 2남3녀의 자녀를 둔 송 씨는 막내를 제외하고 모두 출가해 잘 살고 있어 자식들에 대한 맘고생은 덜었지만 인생의 동반자인 아내가 우울증 등을 앓으며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상태다.
이렇게 부인이 건강이 좋지 못한 탓에 어머니가 살아있는 동안 송 씨는 어머니 수발이며, 농사며 모든 일을 도맡아야 하는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며 모범적으로 살아왔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효와 이웃사랑을 몸소 실천한 송 씨는 어머니가 사망하기 바로 직전 열린 군서면면민의 날에서 효행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자식된 도리로서 이만큼 안하는 자식이 어디 있습니까. 오히려 더 잘하고 더 잘 모시죠”라며 미처 베지 못한 풀을 베러 발길을 돌리는 송 씨.
길어진 해가 서산 중턱에서 하루일과를 한없이 고단하게 하지만 송 씨는 맡겨진 삶을 거역하지 않는 긍정적인 자세로 그날도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자식된 도리를 다했을 뿐이고 살아생전 못해 드린 것이 더 많아 마음에 걸린다”는 송 씨는 효자로, 좋은 남편으로, 따뜻한 아버지로 황혼을 일구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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