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은 빈집이 없고 아낙들이 술도 안마신당게”
“우리 마을은 빈집이 없고 아낙들이 술도 안마신당게”
  • 박은정
  • 승인 2009.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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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이장님! 우리 이장님! / ① 대마면 흥교2리 봉필창 이장
전북 고창군 대산면과 경계지역에 위치한 대마면 홍교2리. 대부분의 농가가 모내기를 마쳤지만 이양기 주인이 매긴 순번의 차례가 늦었는지 들녘에선 늦깍이 모내기가 한창이었다.

오전 일을 도와준 인부들과 새참을 나누고 지나던 봉필창(62) 이장. “서울서 직장다니는 딸내미가 내려와 도와주고 있구먼”이라며 발길을 멈추고 모판을 들어주는 그는 주민과 친숙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지금 살고 있는 터를 한번도 떠나 본적이 없는 ‘토종토박이’인 봉 이장은 3년째 마을이장을 맡고 있다. 영농회장과 새마을지도자 등을 역임했던 그는 이전에도 5년간 이장을 맡았던 경험이 있다.

50여 가구 80여 주민이 살고 있는 홍교2리는 고창군과 인근해 있는데다 주택이 띄엄띄엄 길게 늘어져 있다. 이러한 탓해 발품을 많이 팔아야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봉 이장.
그래서 그는 행정 지시사항이나 정보 그리고 마을의 크고 작은 소식을 전하는 파발병(?)이 돼 늘 동분서주다.

우리마을 만의 자랑거리

“우리 마을은 물 맑고 인심이 좋아 마을에 빈집이 없당게”라며 주민의 일손을 도와주고 집으로 향하는 봉 이장.

그는 “특별히 잘사는 사람도 없지만 또 못 사는 사람도 없는 것을 보면 살기는 괜찮은 마을인가벼”라고 마을 자랑을 잇는다.
젊은이의 부재와 농촌의 고령화로 인구가 줄면서 농촌의 폐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이는 듣던중 반가운 소리였다.

그리고 이곳은 특이하게 아녀자들이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다고. 워낙 야무지고 살림 잘하기로 소문난 이곳 주부들은 남녀구분없이 대중화된지 오래인 음주를 기피하며 일속에 파묻혀 일생을 희생하며 부농의 꿈을 이뤄가고 있었다.

이장을 맡은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홍교2리는 마을회관을 몇해전 새롭게 건립했다. 하지만 건물에 문제가 생겨 여러차례 다시 뜯고 공사하는 보수작업을 거쳐 완공돼 주민들의 안락한 안식처로 태어났다.
건설초기부터 마무리까지의 모든 과정을 주민을 대표해 책임져온 봉 이장은 남모를 가슴앓이가 컸지만 그래도 마을회관 건립을 가장 큰 보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마을을 위해 행정관청에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마을회관이 이렇게 수난을 겪으며 탄생해 주민들의 기쁨이 되는 반면 이전에 사용하던 회관건물이 마을입구에 흉물스럽게 남아 있어 골치다.
수차례 관계기관을 찾아가 처리방안을 모색했지만 뚜렷한 답변이 없는 상태다. 마을미관을 해치는 예전 마을회관의 적절한 활용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급선무였다.

마을을 위한 그의 마음

“마을의 심부름꾼이지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다”는 봉 이장은 산재해 있는 마을의 인심을 아우르며 “열가지중 한가지라도 잘했다는 말을 들으면 감사하다”며 취재 내내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술을 그렇게 좋아하던 사람이 이장을 맡고 부터는 술도 덜 마시며 마을 일에 최선을 다해 확실한 믿음이 간다”고 농담반 진담반 봉 이장을 칭찬하는 주민 김영녀(61)씨의 말처럼 그는 평범한 일상속에 책임과 성실함을 잃지 않은 농군이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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