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호 염산서초 전 교장

아련하게 지나온 시절을 회상하는 유철호(77) 어르신. 1954년 교직에 입문해 46년간을 몸담고 퇴임한 그는 연로한 황혼의 그림자가 안타깝게 드리우고 있었다.
전북 고창군 대산면 지석리에서 2남2녀의 장남으로 태어난 유철호 어르신은 어려서부터 효심이 남달랐고 형제와 우애하며 어려운 환경에 학교를 다니면서도 부모의 농사일을 도우며 성실하게 생활하는 효자였다.
이처럼 가난한 어려움속에서도 열심히 노력해 초등학교 교사가 됐고 영광을 비롯한 곡성 해남 등지에서 숱한 제자들을 키워냈다.
어떤 일을 막론하고 매사 열정적으로 임했던 유 어르신은 완도 근무시절 도서지역의 외롭고 고달픈 교육여건 속에서도 투철한 교육애로 역경을 극복하며 바르게 교단을 지킨 공로로 완도교육청 교육장으로부터 상록수교원상을 수상했다. 또 해남 근무 때는 학교 뒤에 비행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위험한 상황속에 응급한 인명을 신속하게 구조해 대통령표창수상 등 재직 당시 다양한 공로로 무수한 표창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특히 부모 살아생전 효성이 지극했던 사람으로 주변에 널리 알려졌던 유 어르신은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묘지를 정성껏 관리하며 효를 다해 한국효도회를 비롯한 대한노인회 등에서 효행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글을 가르치는 스승을 만나기는 쉬워도 사람됨을 몸으로 가르치는 스승을 만나기는 어렵다’는 말이 교직에서 물러난 지 오래된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가슴에 와 닿는다”고 말하는 유 어르신은 “학생들과 학교를 위한 일에는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할 수 있지만 제자들을 좀 더 가슴으로 품어 안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두고두고 후회로 남아 자책하게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부모가 자식의 거울인 만큼 가정의 행복이 자녀교육의 으뜸이다”고 강조했다.
이제 유 어르신도 백발이 성성한 80세를 바라보는 노인이 됐다. 그는 퇴임후 대한노인회 영광지회에서 운영하는 노인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취미로 동료 어르신과 댄스스포츠 삼매경에 빠지기도 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며 살았다.
하지만 지난해 대상포진과 상피암을 앓으며 한차례 고비를 넘기고 건강을 다시 회복중에 있다. 그는 더 이상 기력이 떨어지기 전에 자녀가 살고 있는 서울로 보금자리를 옮기려 하고 있다.
“저와 자녀를 위해 평생을 희생한 아내를 위해 남은 인생을 바치겠다”고 말하는 유 어르신. 그는 오는 9월 고향을 떠날 채비를 하며 인생의 긴 여정을 조용히 뒤돌아보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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