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탐방 268 / 백수 중앙철물

백수읍 양성리 백수읍사무소 맞은편에 위치한 중앙철물(대표 강 백). 현재 자리에 48년전 문을 열어 주민을 만나오고 있는 이곳도 여느 철물점과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지나온 세월의 깊이에서 우러나는 주민과의 두터운 정은 그 어느 곳도 따를 수 없어 보였다.
백수읍 죽사리 명산마을이 고향인 강 백 대표는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 6·25를 맞아 잠시 학업을 중단했지만 그 후 대학을 마치고 교사생활과 공무원을 지내다 결혼후 철물점의 문을 열어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처럼 교통이 편리하지 않던 시절, 혹여나 물건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자전거를 타고 영광읍까지 나와서 물건을 구입해 가는 불편을 겪었고 주민들 또한 차가 없어 산을 넘어 걸어 나와 물건을 구입하는 수고를 경험하는 역사가 깃든 곳인 중앙철물.
길고 긴 시간이 흘러 판매하는 물건의 유형도 많이 변했고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의 형태도 달라졌지만 중앙철물은 변함없는 마음과 자세로 지역의 ‘터줏대감’이 되고 있었다.
세월은 흘러서도 그모습 그대로
바로 가까운 곳에 말끔하게 차려져 운영되는 널찍한 철물점이 있어도 그곳을 지나쳐 꼭 이곳만을 찾아오는 고정 고객들은 철물점과 같이 세월을 호흡하며 등이 굽어가고 있다.
백수읍 상사리에서 물건을 구입하러 나온 한 어르신은 “지금처럼 농기계가 발달되지 않고 수작업으로 농사를 지었던 시절에는 농사에 필요한 농기구 일체를 철물점을 통해 구입했다”며 “지금도 간단한 텃밭을 가꾸거나 나이가 많은 노인들은 대형 농기계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곳을 찾아 농사에 필요한 기구들을 구입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50년 가까운 세월 철물점을 운영하면서 자식들을 키웠고 가족들이 생활할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나이가 들어 사업을 정리해야지 하면서도 잊지 않고 찾아주는 주민들과 아직은 활동할 수 있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6·25 때 부모와 큰 형을 잃는 아픔을 겪은 강 대표는 결혼해 슬하에 3남3녀의 자녀를 두고 자수성가해 안정된 터전을 일구며 살고 있다. 많지 않은 수입속에서도 검소한 생활을 바탕으로 성실히 살아온 강 대표는 ‘자식농사’ 또한 잘 지어 주위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카이스트 공학박사인 큰 아들을 비롯해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의사, 교사 등을 지내며 반듯하게 생활하고 있다.
“건강 허락하는 한 주민 계속 만나고파”
강 대표가 올해 78세 그리고 밖으로 활동하던 남편을 대신해 철물점 운영을 도맡았던 강 대표의 아내 김정임씨는 74세로 황혼이 진하게 물들어 있다.
6·25로 인한 아픔을 겪은 이들 부부는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며 지역과 주민의 동반자로 남을 것을 약속하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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