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경찰재직·농협조합장으로 농촌발전 도모
34년 경찰재직·농협조합장으로 농촌발전 도모
  • 박은정
  • 승인 2009.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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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희 / 홍농농협 전 조합장
한옥을 편리하게 개조한 널찍한 집에서 만난 정병희(71)씨. 그는 부지런히 외출을 다녀와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2001년 홍농농협 조합장으로 당선돼 활동하다 지난 2005년 퇴임한 정 씨는 이전 오랫동안 경찰에 몸담아 활동한 경찰관이었다.

홍농읍 칠곡리 월곡마을에서 향학과 교육열이 높은 8남매중 맏이로 태어난 그는 어렵던 1960년대 대학을 졸업했다. 군대제대후 경찰에 입문한 정 씨는 장성 담양 광주 강진 해남 등을 거쳐 1969년 영광으로 왔다. 이후 관내 지서와 파출소장을 지낸 정 씨는 고향인 홍농파출소장을 마지막으로 퇴임했다.

경찰 재직시절에도 양심과 의리를 지킬 줄 아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던 정 씨는 홍농조합장을 지내면서도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조합을 이끌며 무리없이 임기를 마쳤다.
평소 근검절약하고 검소한 정 씨는 퇴임후에도 노인대학, 평생교육원 등 지역의 크고 작은 모임과 활동에 참여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는 이처럼 지금껏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현재도 지역의 원로로 존경받으며 고무적인 위치에 있다.

하지만 그가 살아온 세월속에는 남모를 아픈 사연이 가득해 가슴이 검게 타고 있었다.
정 씨에게는 슬하에 3남2녀의 자녀가 있었다. 하지만 현직에 몸담고 있을 때 26세 된 막내딸을 교통사고로 잃었고 조합장 시절 평생 동반자인 아내마저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 마지막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하고 사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그에겐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었다. 결혼해 자식 낳고 잘 살던 막내아들마저 지난해 스스로 생을 마감해 충격을 금하지 못한 것.
이렇게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을 가슴에 묻은 정 씨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급격히 시력이 떨어지고 치아가 상하는 등 건강마저 잃어가고 있어 안타까워 보였다.

현재 그는 1,000여평의 논농사와 텃밭을 조금 가꾸며 생활하고 있다. 고정적인 수입은 없지만 부동산에서 얻어지는 임대료 등의 수익금에 노년을 의지하며 외롭게 지내고 있다.
퇴임후 시와 칼럼 등을 꾸준히 써온 정 씨는 관내 문학인들이 동참하는 <칠산문학>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7년에는 시인으로 중앙문단에 데뷔해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또 마음고생이 심한 힘든 나날속에 마음을 의지할 동반자를 만나 새로운 행복을 조심스럽게 만들어 가고 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누구와 적이 되지 않고 원성을 듣지 않는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는 정 씨.
그는 갖가지 시련과 아픔을 겪은 뒤안길에서 올곧은 마음을 지키며 겸손한 자세로 지역후배들을 자상하게 포용하는 존경받는 어른의 자리를 아름답게 지키고 있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